거평 신호 신원 나산 등 기업매수나 신규사업 진출로 창업이래 계열사확장
일변도를 달려온 중견그룹들 사이에도 사업을 매각하거나 유사업종의 계열사
를 합병하는등 슬림화 바람이불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와 경쟁격화등으로 외부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신생.중견
그룹들에도 "군살빼기"의 필요성이 대두된데 따른 것이다.

기업의 매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일변도 전략으로 올들어 30대그룹대열에
올라선 거평그룹은 14일 계열사 합리화 조치의 일환으로 올해안에 가소제
생산업체인 코손화학을 포스코켐과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거평그룹의 계열사수는 현재 22개에서 21개로 축소되는데 계열사
수를 줄이기는 창사이래 처음이다.

거평은 가소제시장 규모가 워낙 작은데다 포스코켐과 사업이 중복되는 면도
있어 간접관리비를 줄이고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평은 이와는 별도로 곧 그룹차원의 사업구조조정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그룹은 레저단지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90년 설립했던 신원랜드를 법인
청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신원은 골프장(신원CC) 인접 22만여평의 유휴부지를 레저단지등으로 개발
하기 위해 신원랜드를 설립했으나 투자회수기간이 긴 중장기 사업이란 레저
산업의 특성에 비춰볼때 지금은 투자적기가 아니라고 판단, 당분간 개발
계획을 보류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슬림화에 들어간 신호그룹도 전체 32개 계열사 가운데 9개
계열사를 4개사로 통합한데 이어 최근에는 같은 제지업종인 신호제지와
일성제지의 추가 합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호는 그릇 포장용지및 사전용지등을 생산하는 일성제지를 인쇄용지 전문
생산업체 신호제지에 흡수 합병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얻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호는 또 비업무용 부동산 10만4천여평을 연차적으로 매각,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나산그룹은 지난주 그룹 회장비서실과 재무조정실을 통합, 기획조정실을
새로 출범시키는등 부분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나산은 유통 의류 건설등 3대사업에 주력한다는 전략아래 분산돼 있는 자원
을 이들 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해 나래이동통신 주식 36만주를 1백72억8천만원
에 매각했다.

이에앞서 지난달에는 금융계열사인 한길종금을 매각, 계열사수를 16개에서
15개로 줄였다.

신생그룹은 아니지만 재계의 중견위치에 있는 대성그룹도 에너지 환경 건설
통신등 4대 사업군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아래 최근 대성자원과
대성산업을 합병했다.

대성은 앞으로도 사업성 없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할 방침이다.

대성은 현재 컨설팅업체에 의뢰,건설등 일부 업종에 대한 사업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대성그룹의 김영훈기획조정실장은 "이들 4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업종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 가면서 사업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전략의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삼천리그룹도 지난 93년 세웠던 골프및 스키전문 유통 계열사
토레스와 삼천리 레포츠를 지난해 합병했다.

삼천리는 지난 92년 설립한 삼천리 레포츠를 스키장비및 의류판매 도매업,
토레스를 소매업으로 특화할 계획이었으나 양 계열사간 업무가 상당부분
중첩돼 사실상 분할효과가 없다고 판단, 양사를 합쳤다.

이로써 삼천리그룹의 계열사수는 9개에서 8개로 감소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