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만큼 진지해야 되는 것이 완벽한 동침의 매너라는 무언의
교훈을 받는다.

정말 러브메이킹 이상의 힘의 결판장을 그녀는 골프를 콜푸라고 말하는
무식한 청년으로부터 교육받고 있다.

가끔 그가 취했을 때 나는 압구정동의 황태자라고 말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그녀는 순간 알것 같기도 하다.

진짜 그는 헤라클레스가 아닌가?

언뜻언뜻 그가 골프연습장에서 비쳐준 야성적이고 섹시한 시선의 의미를
그녀는 지금 되살려본다.

그리고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겐 재빨리 백기를 드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손을 번쩍 애교있게 하늘로 들어올린다.

"나 항복이야, 오늘은 그만 해둬. 더 이상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그대를
나의 삼손 왕으로 모실게. 나는 그대의 시녀야. 죽으라면 죽기라도 할게,
그만 나를 편안하게 놔둘 수 없겠어?"

그녀는 상냥하고 애교있게 항복을 한다.

"진작 그럴 것이지. 감히 이 압구정동의 황태자를 딴방에서 자게 하면서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언사를 다시는 안 할 것이렷다?"

그도 제왕이 되어서 허허허허 허세를 부리며 임금님놀이를 한다.

김영신의 생각에 정말 이 청년은 별종이다.

야만적이고 단순하다.

순수하게 인생이나 섹스를 즐길줄 아는 남중남이다 라고도 평할 수 있고,
짐승같은 놈이라고 무시해 주고도 싶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절대 복종하겠습니다"

그녀는 명배우가 되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좋다. 그러면 너는 제왕에게 몸으로 지금 이 순간에 봉사하지 않은
대가로 화장실에 벗어던진 짐의 팬티를 기어들어가서 가져다가 짐의
지존하신 옥체위에 입혀주도록 하여라"

그렇게 명령한다.

그러자 정말 그녀는 쿡쿡 웃는 것이 아니라 감히 지존하신 옥체를 가릴
팬티를 잘 받들어 모셔다가 입혀드려야 되는 하녀가 되어 기어간다.

화장실까지 다 기어갔을때 그녀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른다.

"지네가 있어요"

"어디?"

"바로 요기요. 무셔라"

이과수폭포는 아열대에 있어서 유난히 지네나 곤충이 호텔안에 돌아
다닌다.

벌떡 일어선 헤라크레스는 고개를 숙인 보물대감을 덜렁거리면서 그녀를
재빨리 보호하듯이 번쩍 들어서 침대로 옮긴다.

"조심해요. 어제 투어 가이드도 내방에서 지네에게 물릴뻔 했어.
도망치는게 상수야. 그 다음에는 TV옆에 있는 에프킬러같은 저 약을
뿌리면 돼"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