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우리나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이 부진했던 것은 주력수출상품의 수출단가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와
엔화약세에 기인한 바도 크지만 이보다는 우리산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수출보험공사는 12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전경련회관 대회의실
에서 "신수출드라이브를 위한 정책과제-21세기를 향한 선진 수출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수출증대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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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 수출전략과 과제 ]

김광두 < 서강대 교수 >

6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수출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수출의 활력이 곧 우리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수출주도형 성장경제의
특성이 우리경제의 체질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은 지난해부터 위축되다가 올들어 매우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단가가 급락하고 엔저의 지속등으로 수출에 제동이 걸린데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도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했다.

더군다나 우리경제는 고물류비 고임금 고금리등으로 기업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켜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을 감안해 볼때 수출증대를 위한 주요 단기정책
과제로 적정환율수준 유지, 수출관련제도 개선, 행정규제 완화 등을 들 수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평가절하는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킬 뿐아니라 국내 자원을 수출부문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새로운
수출상품의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전체적으로 수출증대에 기여한다.

원화 환율은 외환시장의 메카니즘에 의해 결정되므로 정부의 인위적
개입 여지는 적다.

그러나 여러가지 거시정책 수단들의 조정은 환율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주도형 성장구조를 가진 우리경제를 고려할때 달러당 원화 환율은
좀 더 평가절하되어야 하고 그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통상산업부가 연초에 발표한 "무역수지 개선방안"에는 9개 항목의
수출환경개선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직은 이들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는 성급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통상산업부의 위상이 약화돼 정책추진력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의 행정조직을 재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행정규제가 기업의 생산원가와 의사결정의 신축성에 주는 부담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현 정부출범이후 지난해말까지 약 3천여건의 규제에 대한 법령개정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기업들은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완화가 이렇게 미흡하게 된 원인으로는 본질적.핵심적 규제의 존속,
행정기관의 경직성과 부처 이기주의, 추진체계의 방만함과 제도.조직의
동시 개편 미비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과 수출구조의 고도화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이것은 기업들의 투자행태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집단의 경영방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선단식 경영방식을 계속 고집할 경우 산업 및 수출구조의 고도화는
어려울 것이다.

또 선진국 기업들이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호황시의 이윤을
유보해 신상품 개발, 생산설비 합리화에 투자함으로써 원가절감, 제품
고급화,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해 왔음에 유의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행태가 건전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여건이
먼저 정비되어야 한다.

먼저 금융기관들의 투자심사능력을 제고시켜 선진금융기관 수준의
사업성 검토와 기업의 재무능력 분석에 바탕을 둔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재정.금융의 긴축을 통한 경제안정과 임금안정으로
경제안정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편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수출입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항만.공항시설의 확충과
부대 서비스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자유치를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운수.항만 서비스는 그 자체가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한편 정보화시대에 부응해 기업들이 CALS (생산운영조달정보시스템) 등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물류관리체계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초고속 통신망등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충도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치안정과 경제논리의 회복도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대 정치안정과 경제논리를 존중하는 정치적
지도력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의 정치와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크게
미흡했다.

뉴질랜드의 정부개혁과 경제활성화의 경험을 보면 집단이기주의,
기득권 수호 등의 비합리적 행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풍토와 정치적 지도력이 뒷받침됐었다는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이외에도 기술과 인력투자의 확대, 임금비용의 절감 등도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