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엔 스파이더맨이 되어 볼까"

손가락과 발가락만으로 90도가 넘는 절벽을 기어오르는 암벽등반.

육중한 바위의 차디찬 감촉에서 오히려 느껴지는 푸근함과 안정감 그리고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을 빌딩 숲속에서 즐길 수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 "시티 클라이밍" 등으로도 불리는 인공암벽 등반이
바로 그것.

인공 암벽등반은 지구력 인내력 그리고 순발력을 요구하는 종합운동.

탁월한 순간판단이 필요한 두뇌스포츠이기도 하다.

고난도의 암벽등반 기술을 주변에서 손쉽게 익히고 연마하기 위해 프랑스
에서 개발됐다.

자일을 메고 인수봉이나 선인봉을 찾을 시간이 없는 도시인들의 레포츠로는
그만이다.

안전하게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맨손으로 벽을 기어오른다고 해서 준비물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벽에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안전대 자일 등을 꼭 준비해야 한다.

또 몸에 꼭 맞는 등반복과 암벽화 그리고 미끄럼방지용 초크가 필요하다.

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등반기술을 익히려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2주
정도 수련을 해야 한다.

처음 교육기관을 찾은 초보자는 몸풀기부터 배운다.

다음에는 벽에 움푹 패이거나 튀어나온 홀더를 잡고 디디는 법을 익힌다.

물론 처음에는 누구나 벽에 매달려 꼼짝도 못한 채 진땀을 흘리게 마련.

그러나 며칠내로 한발한발 하늘로 기어올라 정상을 정복할 수 있다.

인공암벽의 종류는 주로 90도의 직벽, 60도 기울어진 경사벽, 그리고
1백30도로 오히려 거꾸로 기울어진 오버행벽의 세가지로 구성된다.

난이도는 경사도와 홀더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인공암장은 서울 강남구의 포스코사옥 신촌 인터갤러리 아트센터 등
전국에 25군데가 있으며 중학생에서 30대 후반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1만여명의 동호인들이 실내에서 암벽타기를 즐기고 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