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4월 1일부터 대량주식소유제한제도(거래법 200조)가 폐지되면서
우리 증권시장에서도 M&A 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2년간 M&A제도에 대한 많은 검토와 보완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M&A제도가 적대적 M&A에 대한 사전예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미비점을 내포하고 있어 공정한 M&A제도가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량주식소유 공시제도(5% rule)는 일정비율 이상의 주식취득과
변동에 관한 신속한 공시를 통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존
대주주에게는 불법적인 주식매수 또는 매집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세계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5%이상의 주식취득과 1% 이상의 지분변동은 주식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도 중요하며, 기존의 경영진에
대한 경영권 위협의 정도를 알 수 있게 하는 척도로 판단되어 이를 공시하게
하여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개정 증권거래법은 대량보유자의 개념을 본인과 특수관계자로 규정하고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량보유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으며, 개별 사안마다
증권감독당국과 법원이 실질적으로 특수관계인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게
되었다.

또한 개정 증권거래법은 본인과 특별관계인의 보유지분을 포함하여
발행주식의 25% 이상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발행주식의 50%+1주를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M&A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대상회사의 주주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공개매수가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미국의 경우 공개매수를 통한 M&A의 규제법은 정보공시의 적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주주가 공개매수에 관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주주간의 평등대우를 보장함으로써
주주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의 계속적인 주식매입(creeping acquisition)이
사실상의 공개매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공개매수 신고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개정된 M&A관련제도의 취지는 공정한 기업합병.인수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공격자측과 방어자측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이익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공정한 M&A 시장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격자가 불법적인
작전세력과 야합하여 자금공여나 사후 이익의 보장등의 이면계약을
맺고 비밀리에 주식을 매집하여 경영권을 탈취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막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개정 증권거래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동보유자"의
개념과 식별, 그리고 이에 대한 철저한 공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동보유자란 "본인과 합의 또는 계약에 의해 공동으로 주식 등을 취득
또는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것을 합의한 자"로서 내부적인
의사연락이라는 주관적인 사정에 의해 결 정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증이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주식매입행태나 매입가격
등이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칙적인 경우나 매집자 간에
상호연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등에는 공동보유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음성적인 공동보유자가 실질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지 못하고 불법적인 M&A가 가능하도록 방치한다면 개정 증권거래법의
당초 취지는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현행 제도는 공동보유의 증거를 방어자측에서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격자측이 실제로 주식을 공동으로 취득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거나, 설사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라도 이를 방어자측이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특히 공격자측이 치밀한 계획으로 주식을 분산매집하는 경우에는
그 입증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여러가지 정황증거에 의해 신속하게 이를 판정하여 공시할
수 있도록 법적용의 융통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50%+1주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공격측이 사전에 음성적으로
분산매집하여 확보해 둔 물량(소위말하는 parking 물량)을 미리 합의한
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공식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량주식소유 공시제도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위반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신속하고도 엄정한 사실심리와 판정이 있어야
한다.

현재 증권감독당국은 국내 판례나 학설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이다.

우리 M&A 시장이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공정한 경쟁에 바탕을 둔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권감독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거래법을 위반한 공개매수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이 인정되어 있다.

증권시장의 발전을 위해 증권감독원이 준사법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온 바있다.

법시행 초기단계부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는 증권거래위원회나 법원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루빨리 공정하고 투명한 M&A제도가 정착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