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눈앞에 둔 우리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시장자율경제의 확립이라고 할수 있다.

경제가 시장자율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제경쟁력이
강화되고 일반소비자들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경제여건도 저성장-저물가구조로 전환되고 있고 OECD가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방경제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당위성(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경제현실에서의 정부규제는
여전한 실정이다.

현정부의 핵심과제인 규제완화작업도 소리만 요란하고 실적올리에 급급한
나머지 건수만 많았을뿐 내용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본다.

규제완화가 실패한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지적된다.

하나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관계부처
공무원들 이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력집중완화, 경쟁촉진,
국제경쟁력강화 등 굵직굵직한 정책목표에 대한 견해차이가 컸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칼자루를 쥔 공무원들이 부처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정책우선순위마저 제각각이니 규제완화작업이 겉다르고 속다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규제완화창구를 공정거래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는 규제가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규제일몰제의 도입이 추진되고있다.

하지만 지금도 규제기준이 애매모호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도
여전해 성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예로 친족회사분리,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제외 출자 총액 한도예외
등과 관련해 요건을 갖추었다해도 "공정거래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 규정을 들수 있다.

공정거래법이 또다른 규제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부처이기주의나 행정편의주의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시장질서를
규정하는 공정위의 시각이 개방경제환경에 걸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시장이 개방될 수 있다는 국내외 시장구분은 의미없는
일인만큼 규제당국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예로 규제범위는 특별히 열거되지 않는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네가티브방식이 바람직하다.

또한 요건만 갖추면 자동적으로 규제적용이 배제되도록 규제기준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해야한다.

또다른 쟁점은 경제력집중에 대한 규제등을 시장효율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대규모의 다국적기업들을 상대로 무한경쟁을 벌려야 하는 마당에 지나친
정부개입은 구태의연한 일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강화는 자의적이라고
생각되며 시중은행경영에 대한 대주주개입배제역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최근 논의된 공기업민영화 특례법내용도 경제력집중완화를 의식한
나머지 본래 목적인 경제효율향상이 크게 퇴색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하겠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통상산업부가 공정거래법의
수정을 제의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