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사업은 농사와 같다"

동양시멘트의 창업주 고이양구 회장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강조했다던
말이다.

시멘트는 산업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초 자재다.

그러나 이문은 상당히 적은 상품이다.

시멘트의 바로 이런 특성때문에 고 이회장은 시멘트 사업을 농사에
빗댔다고 한다.

실제로 시멘트 업종은 농사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제품의 특성이 그렇다.

시멘트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대체재가 개발되지 않았다.

우리가 먹는 쌀을 아무리 맛있는 음식으로도 대신할 수 없듯이 시멘트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시멘트는 따라서 없어도 그만인 상품이 아니다.

산업사회에선 꼭 필요한 필수 품목이다.

시멘트야말로 우리 생활에서 쌀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떼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란 점도 그렇다.

시멘트 40kg 한포대 값은 현재 공장 출고가 기준으로 2천1백84원.

자장면 한그릇 가격도 안된다.

시멘트 가격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통제돼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함부로 올릴 수 없다.

더구나 시멘트 제조원가중 석회석 유연탄 등 원료비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마진을 크게 남길 여지가 거의 없다.

시멘트 업계 사람들이 "시멘트 한포대를 팔면 10원이나 남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시멘트 업종이 농사와 같다면 시멘트 업계 사장들은 농부라 할만하다.

실제로 시멘트 업계 사장들은 우직하게 땅을 일궈 곡식을 길러내는 농부와
비슷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땀흘리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그런 경영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시멘트 업계 사장들은 다른 업종 경영자들에 비해 보수적인
색채가 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제품 자체가 첨단기술 개발을 다투거나 시장셰어를 놓고 각축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시멘트는 가격이나 품질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간단히 말해 비슷한 석회석을 부숴 가공하는 시멘트에 별다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가격도 같고 시장도 어느정도 분할돼 있다.

자연히 경쟁이 덜할 수 밖에 없다.

경쟁이 덜 살벌하다 보니 경영은 부침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이다.

경영자들이 알게 모르게 보수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이유다.

시멘트 업계 사장들이 보수적이란 건 경영자들 대부분의 근속기간이
길다는 점에서도 반증된다.

시멘트 회사는 지난 60,70년대 경제개발 시대에 가장 안정적인 직장중
하나였다.

큰 욕심없이 평생직장으로 삼기 좋은 회사였다.

당연히 이직률도 높지 않았다.

발탁보다는 연공서열이 우선인 것은 물론이다.

현재 업계 사장중에선 이재복 동양시멘트사장과 김관영 성신양회사장
등이 시멘트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최고 경영자에까지 오른 대표적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시멘트 업계 사장들에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관리능력이다.

기술적인 노하우나 과감한 추진력 등 보다는 오히려 꼼꼼하면서도 완벽한
관리가 더욱 중요한 업종이어서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시멘트 회사의 거대한 공장과 유통망을 무리없이
이끌어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사장들의 관리
능력은 더욱 긴요하다.

시멘트업계에 "마른 수건도 쥐어 짠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품생산 과정에서 원가를 줄일 여지가 많지 않아 일반 관리비 등 틈만
보이면 줄이고 줄이던 관행 탓이다.

허리띠를 동여 졸라매듯 각종 경비를 아끼지 않고는 적자를 면할 수
없어서다.

최근엔 물류비 급증으로 시멘트 회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이런
노력들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어느 회사고 사장들부터가 근검절약을 강조하며 비품관리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을 정도다.

시멘트 업계 사장들 대부분이 콘크리트처럼 굳으면서도 치밀한 관리의
귀재들인 이유도 여기 있다.

이렇게 시멘트 업종의 수익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업계 사장들은 자연스레
신규사업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멘트 회사들이 대부분 사업 다각화에 일찍부터 눈을 뜬 것도 그래서다.

예컨대 동양시멘트는 주방가전기기 전문업체인 동양매직을 만들었고
쌍용양회는 용평 리조트와 각종 건자재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최근엔 한일시멘트가 정보통신 자회사를 만들었고 아세아시멘트도
정보통신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성신양회가 코리아스파이스라는 자동차 부품회사를 갖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멘트에서 펑크 난 수익성을 메울 방편으로 너도 나도 신규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진 못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그래도
신규사업 분야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시멘트 업계 사장들도 이젠 보수적이란 면모와는 달리 새로운 사업분야
개척에 적극 나서는 과감함을 보이고 있다.

"과거 살벌한 경쟁도 없이 제품을 팔아 일정 수익을 보장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젠 이익이 보다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고는 시멘트 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조직을 효율화해 보다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김기호
쌍용양회 사장)

시멘트 업계 사장들은 지금 황무지에 새 씨앗을 뿌리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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