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12월18일 치러진 제14대 대통령선거자금 공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5공시절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관리했다는 천문학적인 비자금이나,
한보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사과상자로 둔갑하여 여러 정치인들에게
제공되었다는 사실 등은 우리나라의 정치가 검은 돈과 밀착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몇달뒤에 있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과 선거를 다시
생각해 본다.

돈을 많이 쓰면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후보
스스로 깨닫게 하기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수적이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주인행세를 할 수 있도록
주권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제공하고도 국민들의 비난속에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기업활동마저 위축시키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에 영원한 비밀이 없다는 말처럼 숨긴다고 감추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가 허약하지도 않으며 돈으로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려고 한다면
또다른 한보그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말고 떳떳하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깨끗한 선거풍토의 확립에 시간이 걸린다면 제도적으로 검은 돈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관리중앙위원회를 통하여 선거비용을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면 10만원 이상의 자금지출은 수표를 이용하게 하거나 채권자의
계좌에 입금을 시켜주는 계좌입금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수표나 계좌입금을 통한 자금이동방법은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운영자금
등을 교부할 때에도 도입하면 자금이동의 투명성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여태까지는 묵인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누구라도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언구 < 부산영도구 선관위 사무국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