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모든 통신요금을 자율화하고 음성재판매 인터넷전화
구내통신사업 등 이른바 틈새형 별정 통신서비스시장을 모든 국내기업에
전면 개방키로 함으로써 통신사업의 경쟁체제도입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정보통신부는 지금까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했던 시내및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등 지배적사업자의 통신서비스요금을 신고제로 바꾸고 별정
통신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및 지분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10일 입법예고한 뒤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정통부는 이미 지난 4월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두 지배적 사업자의
7개서비스에 대해서만 요금책정시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바 있어 이번
조치는 요금자율화의 완결편이라고 할수 있다.

이같은 경쟁체제도입의 가속화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통신시장의 대외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단계적으로 진척되어온 통신서비스분야의 대내
경쟁체제도입이 요금인하라는 실질적효과를 수반하고 있느냐는 솔직히
의문이다.

요금인하는 경쟁체제에 거는 가장 확실한 기대효과라고 할수 있으나
국내 통신서비스시장의 경우 분야에 따라서는 경쟁도입이 오히려
요금인하추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요금자율화조치에 따라 대폭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시외전화요금만
보더라도 경쟁도입 직전 5년간은 매년 15~20%씩 내려갔지만 경쟁 이후에는
인하폭이 10%정도로 줄어들었다.

국제전화도 경쟁도입 직전 5년동안의 요금인하폭은 35.2%였지만 경쟁후
5년간의 인하폭은 22.1%에 그쳤다.

또 경쟁전에는 심야할인 공휴일할인 등 다양한 할인서비스가 도입됐지만
경쟁후에는 웬 일인지 이렇다할 할인메뉴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연말에 서비스를 시작할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들도 휴대폰
요금의 절반수준만 받겠다던 당초의 호언과는 달리 투자비가 많이 들어
휴대폰수준의 요금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쟁도입의 효과가 요금인하로 직결되지 않는 것은 통신업체들이
과당경쟁 지양이라는 명분아래 요금문제 만큼은 "협력"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 결과 어느 통신서비스업체의 경우 지난해 직원 1인당 매출액이
7억2천만원에 달했다.

이 경우 영업을 잘해서라기 보다 통신요금의 구조왜곡으로 나타난
이상현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요금자율화와 경쟁체제 도입만으로 합리적인 요금책정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경쟁체제도입과 요금자율화로 얻은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통신정책도 경쟁도입 자체보다 경쟁체제의 효율적인 유지와
경쟁효과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때가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