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점차 기업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자국에 투자하고 현지주민을 고용하면 기업의 국적에 관계없이 환대를
받는다.

영국 투자개발청 관계자들은 삼성 윈야드공장을 한국기업이라 말하면
정식으로 반박할 정도이다.

영국에서 활동하면 영국기업이란 주장을 담고 있다.

유럽의 이같은 변신에는 실업난이 그 뿌리가 되고 있다.

유럽은 90년대 들어 고임금등으로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심각한
실업난을 겪어왔다.

현재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의 실업률은 10.8%, 1천8백만명 이상이
일자리없이 놀고있는 셈이다.

게다가 젊은층의 실업률이 20%를 넘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안고있다.

실업수당 직업훈련비등 엄청난 사회보장 부담에 시달려온 유럽정부들로서는
현지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구세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유럽정부들은 현지투자 기업들에 자금지원 공장부지제공등
공식적인 보조금은 물론 세제혜택 전기료인하등 다양한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북잉글랜드 투자개발청과 같은 해외투자 유치기관을
설립, 지역 유력인사들을 동원하여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복합단지를 스페인에 유치하기 위해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측면지원에 나선것도 그 예이다.

이에따라 EU는 유럽 각국간 과당 유치경쟁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지역의
경제상황에 따라 보조금지급규정을 엄격히 정해놓고 있다.

다시말해 1인당 국민소득이 EU평균의 75%에 못미치는 지역은 공장설립
자금의 30% 정도를 보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사양산업지역, 실업률이
높은 지역, 농촌개발지역 등도 상당액의 보조금이 용인되고 있다.

EU 자체적으로도 구조조정자금을 확보, 이를 할당해 주고 있다.

물론 유럽 각국정부가 제공하는 당근의 뒷면에는 "채찍"도 공존하고
있다.

단순히 보조금수혜를 목적으로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품현지화비율등을 엄격히 적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조금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보조금혜택이 큰 지역은 노조가 거세거나 병가율이 높은등 경영환경이
그만큼 나쁜 경우가 허다하다.

해태전자가 프랑스 롱위지역에서 철수한것이 전자의 사례라면 일본
스즈키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공장을 폐쇄한것은 후자의 경우다.

그러나 유럽은 이제 현지투자기업은 자국기업으로 보는 세계화적 시각이
완전히 정착되고 있다.

우리정부도 해외기업의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실업난을 극복하고 외국의
우수한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유럽인들의 슬기를 배워야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