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로 갑자기 뛰어간 지영웅이 끙끙거리면서 앓는 소리를 한다.

갑자기 설사가 터진 거다.

늙어서 주름이 간 눈언저리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비참해하고 있던
김영신은 지영웅이 외마디소리를 하며 가벼운 비명을 지르자 벌떡 일어선다.

그 비명은 응석이 다분히 섞인 이상한 소리다.

"나좀 보세유. 나좀 살려 주세요"

그런 애원조의 음성을 향해서 그녀는 총알같이 화장실 쪽으로 달려간다.

화장실 안에는 전등이 꺼져 있다.

"왜 불을 안 켰어요?"

그녀는 화장실 문을 열려다 말고 주춤한다.

그가 설사를 하고 있는지도 몰라서였다.

"수녀님, 나좀 살려 주세요"

장난기가 섞인 음성이 들려온다.

확실히 그 소리는 비명은 아니다.

그녀는 이상한 예감을 느끼면서, "열어도 돼요?" 하고 노크를 한다.

"우리는 지금 단 둘이지 않아요. 나 좀 거들어 줘유"

그의 어리광섞인 음성이 그녀를 안으로 달려들어가게 한다.

정말 무엇인가 위급한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약간 어스름한 붉은 전등불빛속에서 그의 모습은
안 보인다.

변기위에 앉아 있다고 상상한 그는 아무 데도 없다.

욕조의 스크린이 닫혀 있다.

그녀는 주춤하고 멈춰선다.

그는 어느새 찬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 있는가 보다.

아열대라서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무지 덥다.

스크린을 걷을까 하다가 그가 벌거벗고 있을까봐 차마 그렇게 못한다.

"수녀님, 스크린을 걷어봐유"

지영웅이 장난을 치듯 그 속에서 알딸딸하게 흥분한 목소리를 낸다.

"장난치지 말아요"

그 순간 스크린이 걷히며 거포를 하늘로 치뻗친 지영웅이 그녀를 향해
달려든다.

"저 미쳤어요. 당신 책임이야"

순간 전라로 있던 지영웅은 그녀를 향해 사나운 짐승처럼 덤벼든다.

찬 욕조물 속에서 전라의 사나이가 외친다.

"수녀님 나 좀 살려줘유"

그는 그녀의 손을 자기의 보물대감위에 얹으면서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린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는 불같이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막으면서 신음한다.

그녀의 스커트밑으로 팬티는 벗겨져 내려오고 있었고 그는 사나운
짐승처럼 용트림을 하면서 그녀를 욕조속으로 끌어들여 물속에 퐁당
담근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