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7일 발표한 "97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 결과는 올해
한국 사회전반에 고용불안이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기존인원 감축보다는 신규인력 채용
축소라는 "손쉬운 방법"을 주로 채택할 것이란 점에서 기업내 인력구조의
기형화라는 문제점도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실업자의 급속 증가다.

30대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국내 9백53개의 기업들이 올해 신규채용 인원을
26.7%나 줄이기로 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국내 실업증가를 더욱
부채질할 게 뻔하다.

국내 기업들이 매년 채용해 소화하고 있는 신규인력 규모는 약 50여만명.

따라서 단순 계산하면 금년 신규채용 축소규모는 13만명에 달한다.

지난 3월 국내 실업자가 이미 72만명을 넘어서 실업률이 3.4%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4~5%의 고실업 시대가 조만간 닥칠 것이란 불길한
전망이 현실화될 판이다.

특히 대졸이상 채용인원 축소규모가 30%를 넘어설 것이란 조사결과는
올해도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화될지를 짐작케 한다.

이제 한국경제도 고실업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인 실업증가 못지 않게 기업 내부적으로 야기될 문제도 간단치 않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들이 불황에 따른 과잉인력 해소책으로 기존 인력
감원보다는 신규채용 감축이란 카드를 집어들었다는 것.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 기존인원 감원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인원 감축이라는 당장 손쉬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택은 기업내 인력구조의 기형화 내지 왜곡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 해소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도 기존인원을 축소하기 보다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겠다는 것은
인력의 신진대사를 막아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이같은 경향이 지속될 경우 기업내 인력구조가 역삼각형 형태로
진전돼 기업 구성원의 노령화로 이어질 공산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들이 당장 부담없는 방법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는 것은 환부
(기존인력)는 방치한채 링거(신규인력) 주사바늘을 빼는 것과 마찬가지"
(경총관계자)란 지적이 나올만 하다.

더 나아가 "늙은 아버지는 일하고 젊은 자식은 놀고 먹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잉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이 과잉인력 해소를 위해선 신규 인력 축소와 함께 명퇴나
정리해고 등 기존인력 감축대책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명퇴나 정리해고에 대한 기존 인원의 반발이 크고 사회적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경쟁력을 배양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총의 이번 조사결과는 "불황일수록 근로자들의 고통분담과
기업의 합리적인 경영정책이 더욱 절실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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