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이었다.

밤 10시30분쯤 가족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보니 운전기사분이 상당히
나이가 많아 보였다.

가끔 일부 젊은 기사들의 난폭운전을 경험한 적이 있어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택시는 차선을 정확히 3분의1을 밟고 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사고의 위험성이 높으며 만일 사고가 났을 때 그 불리함이란
운전을 해본 시민은 누구나 다 안다.

뒤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거나 상향등을 켜며 경고를 해도 이 노인기사는
"마이웨이"였다.

나이를 물어 보았더니 올해 71세라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사고가 날까봐 "차선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더니
"나는 원래부터 좌측에 여유를 많이 두며 운전을 해 왔다"며 "힘들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지금까지 개인택시 핸들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노인기사는 고령에다 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력도 떨어지는지 자주 급브레이크를 밟는가 하면 표지판도 잘 보지
못했다.

우리가족은 당장 내려 다른차로 바꾸어 탈까 생각했지만, 늦은 시간에
4인이 탈 수 있는 택시를 잡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을 졸이며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택시에서 내리고 나니 머리가 아팠다.

내리자마자 당장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안그래도 명퇴니
황퇴.조퇴니하는 시대에 자부심을 갖고 "보약을 지어먹으며 운전한다"는 그
노인기사의 땀 맺힌 얼굴이 생각나서 그만두었다.

젊은 기사들도 쉽지 않은 복잡한 시내도로를 지금도 어디선가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고 있을 그 노인기사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언제 갑자기 졸도라도 한다면 그 승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박성환 < 서울 강남구 수서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