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철학자 H F 아미엘은 어린이의 순수함을 천사에 견주었다.

"어린이의 존재는 이 땅위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다.

죄악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의 생명체는 한없이 고귀한 것이다.

... 어린이들 품에서만 우리는 이 지상에서 천국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그처럼 천사같은 어린이들도 자라가면서 점차 기성세대의 탐욕과 속악,
불의와 비리, 시련과 고통에 빠져들어가 속세의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어쩌면 어린이들을 사회적 동물로 만들어가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어린이가 바르고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게 하는 한편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하고자 어린이날을 제정해 기념해온지 75년이
되었다.

1923년 방정환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것이 효시였다.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북돋아 주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뒤 어린이날은 1927년에 5월 첫 일요일로 변경되었다가 45년 광복후에
5월5일로 고정되었다.

1957년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헌장"을 공포한데 이어 어린이날을 61년에는
"아동복지법"에 법제화하고 73년에는 기념일로, 75년에는 공휴일로 정했다.

어린이날의 기본 정신은 "어린이 헌장"에 잘 드러나 있다.

어린이는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하고,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공부나 일이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하고,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현실은 이러한 헌장 정신들을 제대로 구현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

애정보다는 물질적 수단으로 교육을 하고,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도 없고, 입시 위주의 과외공부에 시달리고, 기성세대의 사회적
일탈현상에서 도의를 배울 길이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어린이날이면 자녀들에게 선물이나 사주고 고궁과 공원이나 관람시켜주는
형식적 사랑의 울을 벗어나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끌어 갈 어린이에 대한
진정한 애호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