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창립되면서 40여명으로 시작한 우리 산악부의 모임이 벌써 회사의
나이와 같이 7년여 세월이 흘렀다.

회사와 동거동락을 한 셈이 된 것이다.

회사가 좌절할 때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았고 회사가 발전할 때 우리는
더욱 의기승천해서 산을 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매월 매주 정해서 산을 오른 것은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을 타온 것이다.

산은 참으로 말로 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봄은 그렇다.

눈이 얼어붙어 녹지 않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설경은 참으로 "아"
하는 한마디의 언어밖에 사용되지 않음을...

간간이 노란 빛으로 채색되는 봄의 색깔 그것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산의
모습일 것이다.

여름은 어떠한가?

지상을 뒤흔들 듯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아래 반항이라도 하듯 녹색
나뭇잎들이 하늘을 커다란 두손으로 받치고 서있지 않은가.

확실히 여름산은 하늘과 대지가 싸우는 모습이다.

가을로 가볼까?

분명 가을산은 죽음의 계절이다.

봄과 여름을 한껏 뽐내고 살아온 것이 가을로 이어지면서 죽음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온갖 화려한 자태를 간직한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자! 그럼 겨울이다.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절벽마다 붙어있는 눈의 조화, 그리고 흑백으로 뚜렷하고도 확실한 겨울산,
이미 가리개 잎은 하나도 없으면서 잎대신 눈으로 가리워진 겨울산의 베일,
벗기면 벗길수록 오르면 오를수록 우리 이마위에 흐르는 땀방울은 서늘한
바람에 벌써 말라버리고 만다.

처음 출발할 때는 옷을 잔뜩 입고 출발했다가 돌아올 때는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 겨울산이 아닐까?

산악부의 회원으로는 대언론관계로 바쁜 이준학 CS홍보팀장을 비롯해
이성길 청주지점장과 윤주섭 충주지점장이 늘 함께한다.

정보지원팀의 류성근 김기태 신소영씨도 열성적이다.

김용택 과장과 백일영씨도 내가 빠지면 안된다며 4계절 산을 즐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