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균 <건설교통부 장관>

오늘 "한국건설 50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우리 건설인 모두와 함께
축하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은 일제강점시대에도 소규모의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청부업체가 존재하기는 하였습니다만 그 활동이 극히 미미하였으며, 실질적인
활동은 대한건설협회의 전신인 "조선토건협회"가 설립된 1947년부터라고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건설산업은 지난 50년동안 전후 복구사업을 비롯하여
주택.도로등 국민생활 기반시설의 건설을 통하여 국민복지의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여 왔고, 철도.항만.댐.산업단지등 산업기반시설을 공급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성장에 꾸준히 기여하여 왔습니다.

또 70년대에는 해외건설시장개척으로 국가경제의 도약과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80년대 말부터는 2백만호 주택건설을 통하여 집값을
안정시켰고 90년대에 들어서는 민자유치등 사회간접자본 확대를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 국가경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도기에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건설산업은 건설업체의 연쇄부도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 공공건설시장의 개방으로 국내건설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UR(우루과이라운드)서비스협정및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벡텔, 플루어
다니엘, 후지다등 4개 선진 외국대형업체들이 작년 10월 이미 건설업면허를
취득하여 인천국제공항등 국내공사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감리업의
경우도 9개 외국업체가 등록하여 가양대교 등에 대한 감리업무를 수행중에
있습니다.

또 대내적으로는 시설물의 품질및 안전을 중시하는 풍토가 정착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수요의 고급화.다양화.개성화 추세에 부응하여
자재비.인건비 절감및 생산성향상을 통한 공사비절감, 건설사업관리등
경영관리기술 축적, 대국민신뢰회복을 위한 이미지제고및 서비스 향상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1세기의 건설산업환경은 정부의 기능, 시장구조등 모든 상황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건설업면허제, 하도급규제등 건설업에 대한 정부의 보호제도는 대폭
완화되거나 폐지되는 대신 신용과 시공능력이 크게 중시됨에 따라
부실업체나 능력없는 업체는 건설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도 건설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나 보호대신 우수한 기술자와
기능인력의 공급, 품질좋은 건설자재의 공급, 기술개발의 지원등 생산성과
기술력을 길러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업계에서도 능력있는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자율적으로 확립하는 동시에 대.중.소형업체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일부 업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힘을 한데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건설산업은 업계 스스로의 기술개발이나 경영의 합리화,
원가절감등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국내 건설시장을 지키는 한편 해외건설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건설산업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젊은 인재들이
보람차게 근무할 수 있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면서 우리 건설산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