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노동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된이후 첫번째 근로자의날을 맞았다.

노동계는 법개정을 계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는 지금 임단협에
임하고 있다.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의 현안과 노동운동의 방향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새 노동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매우 불만이다.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혹자는 "민주노총 합법화 길이 열렸으니 잘된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집단적 노사관계의 경우 당연히 시정돼야 할 사항들이 시정되지 않았다.

완전한 결사의 자유를 바랐지만 교사 공무원의 단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개별적 노사관계에서도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등 미흡한 부분이 많다.

노동법 개정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노동법 개정 투쟁을 임단협투쟁과 연계할 방침이다.

노동법 개정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올 임단협 지침의 기본방향은 무엇인가.

경제가 어렵고 기업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지침을 수정할 의사는
없는가.

"경제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노동계가 심리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용해 사용자측은 "고용이냐 임금이냐"를 놓고 노동계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단체협상에서는 개정된 노동법을 처음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봐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고
본다.

또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는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치려들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민주노총도 경제대책회의에 참여할 것인가.

또 정부측에서 제기된 노.사.정 대타협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는 없는가.

"경제대책회의나 경제를 살리자는 의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우리는 경제대책회의에 참여해 부패방지법 제정, 정치자금법 개정,
중소기업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종업원지주제 확대, 노조의 경영참가
확대, 근로소득 분리과세 및 세율인하, 탁아소 유치원 증설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의 노.사.정대타협 제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노동자 조직화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처사를 감행하면서
대타협을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투쟁과 분규를 연상한다.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에 동참함으로써 이미지를 개선할 의사는
없는가.

"글자 그대로의 참여와 협력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참여와 협력이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희생과 국민의 고통분담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또 민주노총은 투쟁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민주노총이야말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운동단체이다.

국민들이 민주노총을 과격하고 급진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제단체나
정부의 악선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뒤 정부가 전교조와 일부 간부의
조합원자격 미비를 이유로 신고증을 교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공무원 교사의 단결권 인정은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단체 위원장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세계 어느나라가 위원장 자격을 문제삼는가.

민주노총은 합법화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고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할 경우
우리는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는 등 합법성 쟁취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노동법총파업때 국민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이 오히려 개악되자
정치세력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노동계에 확산되고 있다.

대선 방침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치위원회가 정치세력화 일정이나 대선 방침을 마련한뒤 민주노총
공식기구에 상정하면 이를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민중세력,
진보세력, 또는 진정한 개혁세력의 집권이다.

실제로 정치사업이나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도 정치세력화의 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계가 권 위원장을 후보로 추대하면 대선에 나설 생각인가.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먼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노동자 정치세력화 일정과 의미 과제
등을 도출해야 한다.

대선후보 논의는 자칫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임단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총파업이후 조직이 커졌다고 하는데 조직확대 방안은 무엇인가.

"기존 노조들이 새로 산별 연맹을 만들어 민주노총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움직임일 뿐 민주노총이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이다.

특히 무노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삼성과 공기업인 포철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삼성의 무노조주의가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 결코
이롭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삼성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사업장 영세사업장의 조직화,공무원노조 결성도 중요하다.

공무원노조 결성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올해부터 씨앗을 뿌리려고 한다"

-노동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용문제가 중요해졌다.

고용과 임금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노동조합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 둘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이 문제를 국민의 지지를 받아 풀어나갈 것이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