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노동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된이후 첫번째 근로자의날을 맞았다.

노동계는 법개정을 계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는 지금 임단협에
임하고 있다.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의 현안과 노동운동의 방향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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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결성이 허용됨에 따라 한국노총의 위상이
변하게 됐다.

새 위상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


"경쟁시대를 맞아 한국노총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

노동법 개정후 전국을 돌며 노조간부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조합원들이 바램을 최대한 수렴해
노총을 이끌어가겠다.

대외적으로는 노총의 노동운동 이념인 "민주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조합주의"를 적극 추진하겠다.

또 사회개혁적 차원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노동자 경영참여를 확대하는데 힘쓸 것이다"


-노동법이 바뀜에 따라 노동조직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새 노동법에 적응하고 조직을 다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조직면에서는 산업별조직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기업별조직을 변화시키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노조 자립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중소.영세기업 노조는 단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철도 체신 전력이 산별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고 버스 택시가
산별노조를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분야에서는 산별조직과 기업별조직의 장단점을 따져보아야 한다.

버스 택시는 이미 지역별로 묶여 있어 가능성이 크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치와 관련, 최근 국회에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을 제출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전임자임금은 일부 대기업노조를 제외한 대다수 노조의 당면과제다.

특히 90%를 차지하는 중소노조는 전임자임금을 주고나면 재정이 바닥난다.

노총이 특별법 제정을 청원한 것은 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전임자
임금지급 유예에 관한 부칙이 입법상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노조에 대해서는 유예조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과
근로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한 헌법의 기본정신에도 맞지 않다"


-노동법 개정후 민주노총과의 조직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직의 동요를 막고 한국노총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 나름의 기본원칙을 지킬 것이다.

노동법 날치기처리 직후 5월부터 총파업을 벌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임금인상률도 11.2%로 제시했지만 산별연맹 차원에서 실정에 맞게
높이거나 낮추도록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념과 노선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노노갈등은 없을 것이다.

양자간 조직경쟁은 선의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운동방식과 정책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질 줄 아는 노동운동을 펼칠 것이다"


-올 단체협상 기본방침은 무엇인가.


"독소조항 불복종운동"을 벌이자는 얘기도 들린다.

여야 합의로 고친 노동법을 거부하겠다는 얘긴가.


"우리는 올 단협에서는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변형근로제 도입에
따른 임금보전, 노조전임자 문제 등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관한 조항을 명문화함으로써 정경유착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노사문제를 법으로만 풀려고 하면 싸움만 생긴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노사간의 자율적 협의가 중요하다.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도 협상으로 풀 수만 있다면 구태여
파업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새 노동법은 노사관계에 있어서 힘의 균형이 더욱 기울게 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만 봐도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5년동안 유예키로
했는데 사용자측은 매년 20%씩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용자측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경제대책회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이 대타협하자는 정부측 제안에
동의하는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일방적 양보와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경제살리기 분위기에 편승해 기업의 경쟁력강화만을 의제로 할 경우
노동자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대책회의에서 대증적 경기부양책이나 일방적 기업지원책을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조합원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대타협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들어 노동계 정치세력화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정치참여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게 되는가.


"노동자의 정치참여는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냄으로써 경제.사회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 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동자정당을 얘기하나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 압력단체이자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일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다.

우리는 금년 대선에서 공명선거운동, 지역주의청산운동, 사회개혁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힘쓸 것이다.

지역을 순회하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치교육도 하고 후보초청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노동계 대통합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노동계는 언젠가는 다시 통합돼야 한다.

국제 조류는 통합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갈라지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정책과
운동방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자연스럽게 다시 묶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다만 인위적으로 밀어부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