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되자 그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양상이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생산 판매 재고 등 개별지표의 해석이
시각에 따라 다를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다 각 지표의 흐름이 상충하는
양상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산업생산만 보더라도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1월 5.9%, 2월 6.1%,3월
9.1%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된 반면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전월비 증가율은
2월 2.8%, 3월 1.5%로 오히려 떨어졌다.

또 재고는 전년동월비 증가율이 2월의 13.6%에서 3월에는 13.8%로 계속
쌓이는 양상인 반면 출하는 2월 5.0%, 3월 5.7%로 호전되는 양상이다.

수출동향도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3월중 수출이 작년 3월보다 2.8% 줄어든 수준이라는데 초점을 맞춘 시각,
그래도 1월 9%,2월 5.3%보다 감소폭이 줄어드는 추세가 두드러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모두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뒤쪽의 주장은 4월들어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을 더욱 강조한다.

반면 앞쪽은 올해 연간억제목표(1백40억~1백60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1.4분기중 경상적자(79억달러)가 경기부양책을 가로막는 등 계속 부담으로
작용, 침체국면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경기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지, 언제쯤 저점을 지나게 될지는
누구나 관심을 갖는 사안이지만 우리는 앞서 말한 그 어느쪽 주장에도
동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 시점에서 경기논쟁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칫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란을 통해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현재의 경제난국이
경기순환적인 국면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경기논쟁에 특히 우려를 갖는다.

본말이 뒤바뀐 진단에 따른 오류, 자칫 구조조정의 각오와 노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르는 성급한 기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시점에서는 과거에도 흔히 지금처럼 각종 경제지표의
흐름이 상충하거나 엇갈리는 양상이 빚어져 경기논쟁이 불거진 적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저점이후의 회복속도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
형편인 만큼 더욱 그러하다.

반도체 국제가격에 일희일비하거나 엔화시세에만 목을 매는 시각,
고비용-저효율에 대한 수술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자세라면 불황의 터널이
끝나도 한국경제의 비전은 있을수 없다.

경기순환의 측면에서 본다면 빠르면 2.4분기말, 늦어도 연말이전에 저점을
지날 것이라지만, 문제는 구조적인 경쟁력이다.

그 어느때보다 고용사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근로자의날"을 맞으며 정부
기업 근로자가 모두 국가경쟁력확보에 동참할 각오를 새로이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