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은 새노사문화 정착의 해".

지난 3월 노동관계법이 개정된 이후 산업현장에는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노동관계법개정 과정에서 재현됐던 노사갈등은 서서히 사라지고
대신 산업평화의 바람이 또다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제 노사는 갈등과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기업의 이윤증대와 국가경쟁력강화
방안을 도출해내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법개정과정에서 노사당사자간의 이해대립이 워낙 첨예했던 만큼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새노동법은 생산적 노사관계정착에 오히려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새노동법이 과거 불합리한 노사관행과 의식을 바로잡을수 있는 기틀을
제도적으로 마련한데다 노사의식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나 노조의 경영참여 확대, 파업기간중 대체근로
허용, 무노동무임금원칙확립등 새노동법조항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의 불합리
한 노사관행을 개선시키는 제도로 국내노사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현장에 과거의 산물인 통제와 강요대신 자율선택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상급노동단체의 복수노조허용은 무분별한 노동운동을 사라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노동법개정이후 상급노동단체로서 사실상 실체를 인정받고 있는
민주노총의 경우 비합법적 단체로 있었던 지난해까지는 임.단협때만 되면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으나 올해에는 이같은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노동부관계자는 이와관련, "민주노총이 지난해까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무엇보다 법적지위를 획득하기 위한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아직 법적지위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실체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어거지성 행동은 자제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노사양측의 의식변화도 새노사문화정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5년초 한국경제신문사가 노사협력캠페인을 전개한 이후 국내노사
관계는 대립과 갈등에서 참여와 협력으로 급반전을 했다.

자기몫을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노조는 회사발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같은 자세는 이제 산업현장을 주도하는 일반적인
현상이 돼버렸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 생산성향상과 국가경쟁력강화를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노사화합을 결의한 사업장은 모두 1백72곳에 근로자수는
21만5천1백여명.

지난해 같은기간의 3백71개사업장 11만3천2백여명에 비해 사업장수는
줄었지만 참여근로자수는 크게 늘어났다.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 회사측과 대립적 관계를 견지해 오던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협력적 노사관계가 전사업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총련(현대그룹노조총연합), 기총련(기아그룹노조총연합)산하 일부노조와
쌍용자동차같은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펼쳐온 강성사업장들이 노사화합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다.

이는 국내 노동운동의 급격한 변화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예로 앞으로
국내노사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측이 임금협상을 회사측에 일임하거나 임금을 동결하는 것도 노동
관계법개정이후 나타난 새로운 모습.

이는 노조가 자기의 권리주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국내노사관계의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올들어 4월30일 현재 임금동결 사업장은 1백26곳.

지난해 같은기간 80곳에 비해 무려 50%이상 늘었다.

또 무교섭으로 타결한 사업장도 지난해 17곳에 비해 무려 6배가량 늘어난
1백5곳에 달했다.

물론 노조가 이처럼 자기 주장을 자제하는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돼
회사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산적 노사관계가 정착
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정택 한국노동교육원박사는 "지난 93~94년도에는 경기침체가 지속됐으나
근로자들이 자기몫을 포기하는 예가 거의 없었다"며 "최근의 분위기는 지난
95년초부터 노사화합분위기가 확산된데다 새노동법개정으로 인해 새로운
노사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협력적 분위기에 힘입어 노사분규건수도 별로 증가하지 않은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30일 현재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건수는 모두 11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8건에 비해 3건 증가했다.

또 쟁의조정신청건수는 지난해 1백8건보다 오히려 줄어들은 74건을 기록
했다.

특히 분규에 참가한 근로자수는 지난해 3천4백51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천4백89명이었으며 근로손실일수 역시 1만5천4백88일로 지난해
(3만9천9백94일)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노동법개정과정에서 총파업등 노동계의 대응이 크게 격앙되었던 점
등을 감안할때 산업현장 전반에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노사안정분위기는 경기침체로 인해 자기몫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적 노사관계
만이 회사를 발전시킬수 있다는 공감대가 근로자들 사이에 확산된 때문이란
지적이다.

노동법개정이후 산업현장에는 새로운 노사문화가 장착돼 가고 있다.

지난 95년초 한국경제신문사가 노사협력캠페인을 전개한 이후 급속히
확산된 산업평화의 바람은 지난해 노동관계법개정때 노사갈등을 최소화
시키면서 새로운 노사문화를 태동시킨게 사실이다.

캠페인 초기 "참여와 협력"을 외치면서 산업평화에 나서주도록 호소했을때만
해도 노사당사자는 물론 많은 전문가들도 도저히 이룰수 없는 "구두선"
정도로 여겼던 "노사화합"이 국내노동환경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노사협상철을 맞고 있는 산업현장에는 아직 일말의
불안감이 서려 있는게 사실이다.

상급노동단체들은 임.단협때 새노동법을 수용하지 말도록 단위노조에
지침을 내려 놓고 있는 상태다.

노사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때 국내 노사관계가 완전히 안정세를 보일 것이냐는 문제는 새
노동법 적용 첫해인 올해 임.담협 추세를 지켜 봐야 할것 같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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