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우리에게도 고실업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실업급여지급액은 55억8천만원으로 전월보다
20.2%나 증가했다.

대규모 명예퇴직이 사회문제화되면서 기업들이 고용조정방식을 바꿈에
따라 3월중 실업급여신청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월간 지급액이 50억원을
넘어서기는 작년 7월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고실업의 어두운 그림자는 실업통계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통계청이 집계한 3월의 실업률은 한달사이에 0.2%포인트가 상승한
3.4%를 기록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분석으로는 근로시간이 1주일에 18시간 미만인
잠재실업자 40만명을 더할 경우 실질 실업률은 5%대에 달하고 실업자수는
1백만명을 웃돈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이제 실업은 "불안"단계를 넘어 "공포"로 확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인한 제조업의 고용창출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는 실업급증의 원인을 잘 설명해준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기업의 해외탈출이 급증, 국내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기침체에 따른 감량경영으로 조기-명예 퇴직자가 느는 것도 고용사정을
악화시키는 큰 요인이다.

고실업의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가계불안-소비위축-산업생산축소로 이어지는 경제적 악순환은 세수의
감소를 초래, 국가재정을 압박하게 되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업에 대한
제도적 완충장치가 크게 부족한 나라에서는 실업자급증이 각종 사회병리
현상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같은 병리현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효과적인
고용안정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선진국에서 보듯 실업률은 하방경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가 다소 호전되더라도 고용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진단은 정부의 고용-임금정책과 기업의 인력관리는 물론
노동운동의 방향 등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량실업이라는 비참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과
임금체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하면 언뜻 감원을 연상하기 쉽지만 고용의
신축성을 통한 산업구조의 원활한 조정없이 경쟁력향상과 고용안정은
보장될수 없다.

또 생산성을 웃도는 무리한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을 중시하는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에 과감한 투자가 따라야 하며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를 꾸준히 확충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통계상으로는 완전고용상태를 누려왔기 때문에
실업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태가 심화되기 전에 고용문제를 국가정책의 앞순위로 끌어올려
범국가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