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성공이다"

지난해말 서울 양재동의 "인포피아" 사무실에서는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회사 배병우사장(35)을 비롯 10명의 직원이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해온
국내 최초의 생화학자동분석기가 마침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회사설립후 꼬박 3년만의 쾌거였다.

생화학자동분석기란 환자로부터 추출한 약간의 혈액만으로 간기능 골질환
혈당 지질대사 검사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첨단 의료장비.

대당가격도 보통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이 장비는 선진국의 경우 웬만한 병원에서는 구비하고 있는 기본의료장비
이지만 국내에서는 기술축적이 이뤄지지 않아 그간 전량을 수입해 왔다.

지난 95년 수입액만도 2천4백만달러에 이를 정도.

이 장비가 한 벤처기업인의 집념과 땀에 의해 우리기술로 태어난 것이다.

대학(서울대)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한 배사장은 졸업후 대우전자와
현대정공에서 잠깐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내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94년초 인포피아를 설립했다.

자동생화학분석기분야가 전기전자 제어계측 화학등 관련분야의 광범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분야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제품에 비해 전망이 좋아 꾸준히 시장규모가 증가
한다는 점, 아직 국내엔 생소한 분야로 잠재성도 풍부하다는 점, 기술적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등이 충분한 매력이었다.

창업을 하고 개발에 들어간 이후 배사장은 사무실이 집이나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밤샘은 기본이었죠.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1년 3백65일중 2백여일을
집에 못들어간 적도 있어요. 당연히 와이프가 가장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많이 밀어줍니다"

아직 젊으니까 몸으로 때우는 일은 자신이 있지만 벤처기업이다 보니
배사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자금문제였다고.

"최근들어 정부도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는 했지만 소위
돈되는 사업아니면 창투사들도 투자하기를 꺼립니다. 벤처기업이라면 말
그대로 약간의 모험성이 기본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투자자본 회수에 더
관심이 큰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는 한보에 대출해준 5조원이면 1만개의 벤처기업에 5억원씩 투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 길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이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잘못된 지원정책을 꼬집었다.

그러나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배사장은 일단 개발에 성공한 만큼 정밀진단을 거쳐 오는 7~8월께부터 이
자동분석기를 국내시장에 본격 선보일 계획이다.

올 매출목표는 약 30억원으로 잡았다.

인포피아가 생화학자동분석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외국산
제품의 수입가격이 1천만~2천만원이 내리는등 벌써부터 수입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그를 뿌듯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배사장은 그러나 이 장비가 종합병원이 아닌 일반의료원에서 사용하기엔
고가인 점을 감안, 곧 1천만원대 이하의 저가모델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꿈이요? 아직은 미약하지만 장차 우리기술로 세계적인 분석기 메이커로
우뚝 서는 거지요. 자신 있습니다"

< 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