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기술자 양성은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예비근로자들만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니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지요"

다기능기술자(다능공)는 말 그대로 두가지 이상의 공정을 수행하거나
여러개의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작업자를 말한다.

한마디로 기능 탤런트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는 산업구조속에서 다능공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에선 다기능기술자의 양성강좌만 있지 실제 육성은 거의
안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생산기술과 방법의 변화추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의 전근대적 마인드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기업들은 근로자들을 사용하다 낡으면 교체할 수 있는 생산설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양질의 노동력을 경쟁력 확보의 핵심요인으로 보고 노동의 질향상에
힘을 쏟고 있는 선진업체와 분명하게 대비되는 점이다" (김재원 한양대
교수).

다능공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마인드 자체가 국내에 없다는
말이다.

이는 선진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셀방식등 새로운 생산기법을
적용하는 국내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데서 잘 나타난다.

셀방식이란 30~40명이 한 라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컨베이어
방식과는 달리 4~5명이 부품조립에서 완성품 포장까지를 끝내는 생산기법.

대량생산을 목표로한 컨베이어 방식과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21세기형 생산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 조차 최근 일부 품목에
한해 시험적용에 들어갔을 정도로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능과 기술의 복합화로 정의되는 현대산업사회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다기능공도 요구되고 있다" (유필우 노동부능력심의관)는 지적을
도외시해온 탓이다.

다능공이 없다는 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이어진다.

다능공의 중요성을 실제로 보여준 예가 일본에 추월당한 미국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생산라인에서 금형을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이다.

미국 빅3 (포드 크라이슬러 GM)은 평균 2시간이 걸린다.

3분과 2시간의 차이는 작업자가 다능공이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도요타의 경우 자동화와 함께 근로자들의 기술교육을 실시해 작업자 한
사람이 금형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업체들은 금형교환을 위해 별도의 라인을 만들고 공정을
실시한다.

생산규모 인건비 생산시간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도 다능공 육성을 늦추면 늦출수록 경쟁력 확보의 길은
멀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