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도시의 시장이 실무부서를 들며 현장에서 결재를 한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모장관은 용산전자상가를 직접 방문하여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관리들이 예전과 달리 현장 행정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는 관내에서 재배한 금싸라기 참외의 판촉을 위해 직접 상경한
모군수가 있는가 하면 관할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해 광고에도 출연하고
직접 세일즈에도 나서는 새로운 바람도 불고 있다.

이처럼 움직이는 기관장들은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흐믓하다.

빠른 의사 결정등 행정에의 경영방식 도입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선 기관장들의 이런 변화의 바람이 일선 현장에서는 잠잠한
것이 못내 아쉽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오랜전부터 현장 행정이 활발하다.

기관장이 지역 순화를 통해 청소도 하고 교통정리도 하며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의 정서와는 다른 정책이 입안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장주의에는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문화적 색책가
담겨 있다.

그들의 현장주의는 일선 대민창구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일선창구를 경험 많은 고참이 맡는다.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그들은 어느정도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고 업무 속련도가 높으면 내부사정에도 훤한 사람이 일선에 있어야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일례로 그들은 시민이 자기 집의 수도배관 공사도를 가지고 시장에 오면
경험많은 일선 담당자가 곰곰히 잘못된 곳을 지적해주는 것은 물론 수정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시민은 가르켜 주는대로 제대로 고쳐가면 당연히 무사 통과다.

시민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이다.

일선 창구에서 말단직원이 서비스하는게 일반적현상.

이런 상황이다보니 그들은 시민이 정작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가 쉽지
않고, 재량권도 적으니 의사결정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다.

대민창구의 줄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생산성이 그 만큼 떨어지는
체계인 것이다.

반면에 고참들은 지위가 높을 수록 일선창구와는 멀리 떨이진 자리에
앉아 창구의 번거로움과는 달리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다.

실제로 그들은 창구의 긴 줄을 보고서는 소 닭보듯 하는 경우가 많다.

창구의 이런 일은 비단 공공 기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일선 현장의 이러한 비합리적인 체계를 개선하는 일도 우리 사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한가지 방안이 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