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극동상공(주) 대표이사>

한보그룹 부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자칫 올바르고 효과적인
대책의 설정 자체가 잘못되거나 혹은 크게 지연되고 있지 않나하는 걱정이
앞서는 작금이다.

금년말이면 외채가 1천5백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에 대처해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1천억달러 외채의 연간 이자만 60억달러라고 하는데, 1천5백억달러때는
대체 어느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선박(조선)등을 아무리 많이 수출한들 이렇듯
눈덩이같이 늘어가는 이 무시무시한 외채를 줄일수 있단 말인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규제 혁파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인가.

물론 해야하고 또 근본적으로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일
수는 없다.

빚이 많고 가난한 사람의 가족이 파산지경을 이겨내는 길은 정신적으로
각성을 하고,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늘려야하는 길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닌가.

주변의 우호적인 국가들중에서 우리의 경제위기에 동정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최근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실제로 아무런 효험도
아직 없어보이지만)을 통상압력의 핑계로 이용하려 들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외채 줄이기운동을 시급히 거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운동을 정부가 강력하게,긴급조치의 성격으로 강행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 몇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모든 고속도로와 국도(산업도로포함)그리고 공단과 항만일대에서의
연중무휴 승용차 홀짝제의 실시이다.

산업의 활성화가 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직결된다는 것이 오늘날 같이
절실하게 여겨질 때가 있었는가.

둘째 관광목적의 외국여행자들에게 출국세 10만원씩을 부과하고
외국여행자에 대한 소양교육제도를 부활하는 것이 시급히 요망된다.

나라망신을 시키는 외국여행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며, 관광수지
적자를 얼마까지 감내할 것인가.

허영과 사치 그리고 낭비의 극치가 이 외국관광여행이 아니겠는가.

자기자신이 빚없는 유복한 사람이라고해서 나라는 마구 멍이 들어도
아무 상관없단 말인가.

셋째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이 금지되어야 한다.

이 일은 국민투표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근절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큰 명제이다.

왜 노조의 투쟁방법이 궁극적으로 파업을 그 최종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누가 도대체 다른 나라의 이런 악습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라고 했는가.

매년 파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지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째서 이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넷째 외국상품(외국상표포함)의 배척과 순수국산품애용을 위한 대대적인
국민의식개조의 홍보활동실시가 또한 국제수지를 개선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신발류나 의류중에서 요즘 외국제나 외국말로 된 것 이외의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상품이 외국에 나갈수가
있겠는가.

다섯째 모든 작업장에서 성실근무를 위한 국민운동을 실시하여야 한다.

국가가 살아야 나도 살수 있다는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인식을 새로이
가져야 할 것이다.

국가의 부채가 곧 나의 부채라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근면과 검약없이 회생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상의 다섯가지 조치가 범국민적으로 강력하게 즉시 시행되지 않으면
우리의 외채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우리경제는 더 깊은 파멸의
길을 걷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도 외채줄이기에 온 국민이 최선을 다해서 분발할 때가
아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