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부평공장 정해복 계장은 카본 블랙 생산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기술자다.

그의 기술력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분자 화학분야 명인이라는 칭호로
증명된다.

카본 블랙 회사로는 최초로 설립된 럭키 콘티넨탈 카본 (현 LG화학)에
창립멤버로 입사해 27년간 한 우물만 파왔다는데서도 그의 기술이 갖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정계장이 명장심사를 받을 때 면접시험관 앞에서 카본 블랙 생산에
사용되는 노즐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노즐이란 카본 블랙 생산시 노(노)안에 기름을 뿌려주는 핵심 부품.

기름을 얼마나 잘 분사하느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난다.

정계장은 분사공기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시간당 원유투입량을 대폭 높여
연간 9백t (약 4억원)의 생산량 증가를 이뤄냈다.

해박한 이론보다는 땀에 절은 작업복 속에서 나온 기술로 면접관들의
감탄을 끌어냈던 것.

이뿐 아니다.

노의 내부 수리시 이물질을 제거하고 열에 강해지도록 공정을 개선해
연간 1억4천만원의 원가를 절감시켰다.

또 원료기름을 분사시키는 공기의 온도차를 없애는 공기히터를
개발한 것 등 그의 머리와 손끝에서 나온 공정개선과 품질향상 기술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계장의 공정개선에 대한 열성은 스스로 고안한 기름을 대신해 물로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노즐 테스터기를 현장에 비치해 놓고 있다는데서
읽을 수 있다.

"입사한 뒤부터 지금까지 공정일지를 씁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메모를 꼼꼼히 하다보면 문제가 보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정계장은 요즘 후배들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별한 교육시간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학습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작업교대시 짬짬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

그는 "경험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다"며 다만 "그 경험을 좀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더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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