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 사장들은 최소한 5년이상 유통업에 몸담아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롯데 신세계 뉴코아 현대 미도파등 이른바 "빅5"업체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어느 업종보다 현장의 풍부한 실무경험이 백화점사장의 필수덕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령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대형 백화점들의 경우 대부분 50대중반을 넘긴 지긋한 연령층이 최고
경영자로 포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백화점 사장들은 2~3년의 단명에 그치는 제조업체 사장들에
비해 비교적 장수를 누린다.

유통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령탑의 경험과 노련미가
더더욱 요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진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지난 92년 취임, 만 5년여동안 연 매출 3조원의
국내 선두업체를 무리없이 이끌어왔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 하루를 영어회화로 시작하는 국제감각의
소유자다.

집무실에 인터넷을 설치, 시대흐름에 뒤처지지않으려는 정신적인
"젊은"경영인이기도 하다.

권국주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지난 94년 우리나라에 가격파괴업태(E마트
프라이스클럽)를 도입, 유통혁명을 앞당긴 장본인이다.

74년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사과장으로 "정통 유통맨"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84년에는 영등포점 초대 점장으로 서울 부도심권 첫 점포를 반석에
올려놓아 다점포화에 양탄자를 깐 주역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꼽힌다.

이석형 뉴코아백화점 사장은 지난 83년 뉴코아 상무로 영입되기전까지
만 30년동안 세무공무원 생활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89년 대표이사 부사장이 된지 8년째 최고 경영자로 재임중이다.

전산업무에도 무척 밝아 회사내에선 전산교사역할을 할 정도다.

지난 86년에는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 유통선진화에
한몫을 하기도 했다.

김영일 금강개발산업 사장은 건설맨 출신.

15년 가까이 현대건설에 몸담고있다 지난 84년 현대백화점 울산점장
(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설출신답게 강한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경영을 맡고 난 뒤 부산점 개점, 여행사업진출 등을 지휘했고 서울 천호점
미아점 목동점등 대형 점포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열번 찍어 나무가 넘어가지않으면 도끼날을 다시 갈아야한다"는게
지론일만큼 용장으로 분류된다.

한진유 미도파 사장은 이른바 "KS마크"로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술 담배를 입에 대지 못한다.

미도파는 물론 대농그룹내에서 대표적인 이론가로 통한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이론은 최근 3개월동안 미도파를 궁지에
빠뜨렸던 신동방과의 M&A공방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미도파 부사장 시절 상계점을 성공적으로 오픈, 명동점 침체로 인한
위기를 재도약으로 반전시킨 일등공신이다.

최상순 한화유통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통.

직장생활을 한국은행에서 시작, 지난 88년부터 만 8년간 한화그룹 비서실
재무팀 임원으로 재직했었다.

지난해 7월 한화유통 사장으로 취임, 백화점 이름을 갤러리아로
통일시키고 다점포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있다.

"면도날 결재"로 불리는 예리함때문에 간부들의 간담을 종종 서늘케하고
있다.

황춘기 한신코아백화점 사장.

한신공영 대표이사 부사장시절 건설부문을 흑자로 돌려놓은 장본인이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초 유통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뛰어올랐다.

유통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전위대로서의 활약이 기대되고있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