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계열기업에 대한 경영평가기준을 종래의 외형실적중심에서
장기적 수익성과 부가가치창출에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 같다.

경제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30여년간 고도성장과정에서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외형극대화에
경영목표를 두었다.

외형극대화는 국제경쟁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등 유휴자원이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던
때에는 외형을 키우면 그런대로 내용이 채워질수 있었고 외형위주의
경영에서 오는 비효율도 상당부분 흡수될수 있었다.

그러나 개방화시대를 맞아 국제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오늘날
내실없는 외형위주경영을 하는 경우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커졌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들의 경영평가기준 변경움직임은 주목할만한
것이라해도 좋을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영평가기준을 장기적 수익성과 부가가치창출에 두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외형 또는 단기실적을 평가기준으로 할때 나타나는 폐단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무역정책을 예로 들더라도 그렇다.

관계부처는 월별 분기별 연간 수출입실적만 따지다 보니 수출증대및
수입감소를 위한 생산기반 다지기에 힘쓸 여유가 없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정책만 계속 동원됐다.

단기적으로 좋은게 반드시 장기적으로도 좋은게 아닌 경우는
허다했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은 재임중 실적이 나쁘면 책임을 저야 한다.

이는 전문경영인들로하여금 재임중 실적올리기에 급급하도록 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소신있는 책임경영을 할수 없게 만든다.

장기적 수익전망없이 단기실적에만 매달리면 결국 그런 기업은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그룹의 계열사 경영평가기준변경은 바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볼수 있다.

각그룹이 고려하고 있는 기준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과거 지나치게
손익계산서에 치중한 경영성과나 업적평가를 가치경영시스템으로 바꾸어
자산수익률(ROA), 투하자산수익률(ROIC) 시장부가가치(MVA)등을 새로운
경영지표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지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미래지향적이라는 것과 당장의 판매상황, 자금흐름등 단기적인
것과 상충관계가 나타날때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다.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는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다운사이징 벤치마킹
등의 용어에서 보듯 환경변화에 대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외국 또는 다른기업의 성공사례가 자기기업에 반드시 적용되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경영전략의 진수는 모방할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우리 문화에 걸맞는 경영,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독특한
경영으로 경쟁에 이기는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