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쿠나(VICUNA)는 LLAMA, 즉 아메리카 낙타의 가장 작은 종류로
에쿠와도르 페루 볼리비아의 남쪽과 아르헨티나의 북서쪽에 걸쳐있는
안데스산맥 고원에서 살고있다.

1m도 채 안되는 키와 30~40kg의 몸무게로 수명은 12년정도다.

버쿠나털로 만든 옷감은 모든 동물성 섬유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가볍고 부드러울 뿐만아니라 광택이 아름다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하고
구김살도 적어 실용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

그러나 이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만 소량으로 채취할수 있으며 페루비안
당국들이 보호를 위해 관리하고 있어 연간 생산량이 13~60kg 밖에
되지않는다.

따라서 희귀한 섬유로 값이 엄청나다.

얼마전 한 신문에 어느 부유층의 호사가가 이 버쿠나 섬유로 만들어진
양복을 1천2백만원이나 들여 맞춰입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세계적 재벌과 아랍오일왕국들의 왕족이나 부자들이 입는 옷을 아직
중진국 뿌리도 못내린 우리 국민이 입는 것은 과소비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양복 한벌에 미화 1만3천불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어서 놀릴수도 있겠으나
이것을 과소비라고 기사화한다면 신문기사는 매일 넘쳐 흐를 것이다.

압구정거리와 그 주변의 유명백화점에 가보라.

여자들의 사치품값은 오죽한지 한눈에 볼수 있다.

한벌에 2천~3천만원씩 하는 쎄이블, 밍크코트가 수두룩하고 수천만원에서
1억을 호가하는 보석이 널려있다.

이불 한채에 수백만원,한복 한벌도 속옷에서 두루마기 단추까지 포함하니
5백만원이 넘어간다.

비싼 물건을 몸에 지녔다고 해서 고급옷을 입었다고 하여 하루 아침에
품격이 쌓이는것은 아니다.

이런 과시욕구를 지닌 사람일수록 자기옷을 고를때 자기의사로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서러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친구에게 이 옷이 자기에게 어울리냐고
꼭 묻는다.

아무리 전문가가 권해도 친구가 찬성하지 않으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리곤 모두 개성없이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다닌다.

비싼것이 아니어도 자기분위기에 맞으면 그이상 좋은 옷이 없다.

싼 옷이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도록 연출하는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상 선택의 자주독립을 위해선 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