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때 "북한체제의
종말이 가시권에 있으나 그것이 몇달인지 몇년인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책임있는 고위 당국자이고 그의 말은 공공연하게 행해졌으며
그 내용은 "몇달안에 붕괴될수도 있다"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다.

이것이 만약 사실로 나타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은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나 절박한 것이다.

한보사태로 정치가 혼미하며 경제가 어렵고 많은 서민들의 생활이 여전히
고달프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는 차원을 달리하는 역사적인 중요사인 것이다.

물론 역사뿐만 아니라 오늘을 사는 모든 국민들의 생활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일문제는 잘난 사람들 뿐만아니라 서민들의 관심사로 넓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충격을 무난하게 극복할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질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북한이 언젠가는 붕괴할 것이라고 붕괴의 모양과 전개과정에 대한 몇가지
시나리오도 널리 이야기되어왔다.

그러나 이에대한 대응책은 깜깜 무소식이다.

정부의 어느 부서에서 심도있게 연구되고 있는데 너무나 호전적인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배려에서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정도는 그럴지 모르지만 온전하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이 이나라를 끌고 가는 모양을 보면 뻔한 일이다.

언론이나 학계, 민간 연구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현실세계로 확실하게 뛰어든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도 조용할
수가 있는 일인가.

폭넓고 다양한 토론과 연구를 진행시켜 국가적인 관심을 높이고 대응을
서둘러 촉구해야 할 것이다.

독일 통일의 선례는 효과적인 참고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의 오십대는 열살이 안되어 배급을 받아 살아왔던 사람들이니
자유자본주의를 알지 못한다.

모든 항목에 걸쳐 가장 한국적이고 실천적인 분석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21세기의 한국역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통일의 문제를 또다시
강대국에 의존하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