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급락, 경상수지 적자 확대, 수출부진등 우리경제는 그야말로 위기상황
에 내몰려 있다.

한보 삼미등 연이은 대형부도로 금융대란설마저 파다하다.

이제는 민간 정부 할 것없이 자기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살리기에 나설
때라는게 각계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0일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현황과 활로"라는 주제로 세미나
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진근 연세대 교수는 "현상황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의 추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당분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
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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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근 < 연세대 교수 / 경제학 >


현재의 경제위기는 86~88년중 3저현상에 의한 고성장 저물가 및 경상수지
흑자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이같은 호황을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태였던데다 외부적 요인들에
의한 일과성으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일단 3저현상이 사라지고 난 뒤 남은 것은 부풀려진 소득, 높아진 요소
비용, 가계 기업 정부의 행태변화 등이었다.

89년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조정"의 계기가 될수 있었던 해였으나 90~91년
사이에 국내 경제상황이 내수의존형 고도성장으로 급반전됨으로써 조정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90~91년의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86~88년중 한국경제를 과대포장했던
포장지 위에 다시 거품을 덧씌운 형상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때 92년들어 경제를 잠재성장률 수준에 안착시키려던
정책적 노력은 시의적절하고 합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정책목표와는 달리 3%대로 급락한데다 93년 2월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경제활성화 정책을 펴며 우리경제의 내실화와
구조조정의 귀중한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따라 94~95년 들어 비록 높은 성장을 기록했지만 철저히 내수의존적이
어서 오늘의 경제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현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 등으로
이 기간중 우리경제는 종전과는 완전히 상이한 국내외 상황에 진입했다.

결국 과거 2차 석유파동 이래 구조조정과 내실화의 과정을 한번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비효율성과 구조적 모순들이 축적되었다.

이제는 엔저현상뿐만 아니라 어떠한 외부적 충격이나 교란에도 우리경제가
지금같은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취약해지고 말았다.

앞으로 한국 경제흐름의 유형을 결정하게 될 주요 요인들로는 우리정책당국
의 정책방향과 내용, 미국 및 일본의 경제상황과 그에 따른 달러당 엔화
환율 추이, 국내 노사관계의 추이, 기업의 투자전략 및 국내 정치.사회
환경등을 들수 있다.

이들 요인과 과거의 경험,여러 전문예측기관들의 최근 전망자료등을 종합해
보면 향후 예상가능한 우리경제의 흐름은 성장률을 기준으로 추락형, 중성장
안착형, 저성장 안착형 등 세가지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현재의 경제상황과 우리경제가 겪은 경험들이 우리경제의 활로와
관련해 주는 시사점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의 어려움은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귀중한 조정과정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과정은 최소한 2년이상에 걸친 충분한 기간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조정의 정도는 조정기간내에 경상수지 및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따라서 조정과정중 가장 소망스러운 경제유형은 "저성장 안착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투자기복을 최소화해 냄비경제의 원천을 없애 나가야
한다.

기업의 투자급감을 막기위해선 규제개혁을 포함, 적절한 투자유인책을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 경제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한 기업의 투자행태, 방만한 소비지출
행태, 낙후된 정부행태등이 조정과정 중에 충분히 조정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한편 부품 소재 및 기계류 등의 수입의존도가 현저히 감소되기 전까지
향후 상당기간(적어도 10년)동안은 내수의존형 성장보다는 종래의 수출
주도형 성장이 적극 추구되어야 한다.

구조조정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내실을 다져야 한다.

불황탈출 이후 "새 일본" 개념에 비유되는 "새 한국"의 개념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조정과정을 거친 후 우리경제의 지향점을 "중성장 안착형"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면 잠재성장률 수준인 6% 내외의 성장, 연간 3%대의 물가안정,
중장기 금리 연 7~8% 유지 및 임금안정등이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경상수지 흑자(연간 50억~1백억달러)지속, 외채규모의 축소 및
적정 공적준비금 확보등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실질이자율은 실질경제성장률에 근거하게 마련이므로 한자리 금리
수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과 함께 실질성장률이 6%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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