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급락, 경상수지 적자 확대, 수출부진등 우리경제는 그야말로 위기상황
에 내몰려 있다.

한보 삼미등 연이은 대형부도로 금융대란설마저 파다하다.

이제는 민간 정부 할 것없이 자기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살리기에 나설
때라는게 각계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0일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현황과 활로"라는 주제로 세미나
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진근 연세대 교수는 "현상황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의 추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당분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
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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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순 고려대교수 =최근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는 경기순환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유가 요구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최근들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은 낙후된 기술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측면
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노동생산성증가율이 약 5% 내외이고 노동력 증가율이 1.5%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은 6%선 수준이다.

앞으로는 기술개발에 의한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이 실제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좌우할 것이다.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저성장 안착형" 경제운영의 성공여부
는 이해집단간의 이해상충에 구애되지 않으며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현명하고 강력한 정부의 존재,안정성장을 위한 우리 모두의 희생과 달성
의지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의 발상과 의식구조에 대변화를 요구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감구축과 지도층의 강력한 지도력은 불가결한 경제외적
전제조건이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특히 요청되는 분야는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이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끝난 뒤 6%정도의 안정성장을 기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노력이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WTO체제하에서도 기술개발 환경보호등 허용된 범위내의 산업지원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 김병주 서강대교수 =90년대들어 경제운영방식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
로 바뀌면서 경제를 조정하고 책임지는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정부의 경제통제 기능이 민간으로 넘어갔지만 대출심사, 투자타당성 검토등
은행을 비롯 민간부문의 조정기능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WTO OECD가입등 개방경제로 나아가면서 정부가 재정및 통화정책을 활용할
여지가 적어졌다.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딱히 사용할 만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 지금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수출부진에 따른 경상수지 폭증도 문제겠지만 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재고는 그만큼 우리가 팔리지 않는 생산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기술 품질 가격면에서 낙후된 우리산업의 경쟁력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첨단 하이테크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생필품등 기초상품의 경쟁력
을 키우는 데도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국내저축과 투자의 격차, 정부의 지출과 세수 사이의
격차에 기인한다.

무역마찰 가능성이 있는 소비절약운동보다는 투자, 특히 시급하지 않은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투자를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상품 기업경영
경제운영 비용구조등 4가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조립가공형 범용기술형 상품구조로는 우리경제가 더이상
지탱하기 어렵다.

기술수준과 상품부가가치를 높여야 우리경제의 안정성장이 가능해지고
21세기의 활로가 열릴 것이다.

이번 불황탈출의 관건은 향후 수년간 상품구조 산업구조의 조정이 얼마나
잘 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소수에 집중된 기업 의사결정구조는 환경변화에 대한 기업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많은 기업을 하나로 묶어 경영하는, 이른바 선단식 경영방식은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무너진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경제운영측면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은행과
기업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잘 세워져야 한다.

정부의 간섭과 개입이 줄면서 기업의 힘은 커지고 있지만 은행은 정부의
하부기관에 머물고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무기력하다.

비용구조면에서는 땅값등 고비용요인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다만 고임금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옳지않다.

시간당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지 않다.

우리경제의 저부가가치 고비용체질을 개선하고 기업경영의 구조적 후진성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 정운찬 서울대교수 =현재 우리경제가 처해있는 어려움의 뿌리는 그동안
의 구조조정 실패와 허약한 경제체질에 있다.

특히 "엔저"가 우리경제에 충격을 준 것은 확실하지만 그보다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구조가 더 큰 문제다.

"저성장 안착형" 구조조정은 우리경제가 지금까지 고성장의 신화에 매달려
구조조정에 실패해 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일경쟁력 강화, 투자.소비행태및 정부행태의 조정도 경제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수출주도형 성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산업
구조 불균형을 심화시킬지도 모른다.

임금안정을 통한 고용조정이나 투자유인책도 구조조정 방향이 명확치
않으면 기업의 이익추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우리경제의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기업의 무분별한 외형확대와 기술개발
소홀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 손을 대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무리하게 일을 벌여서는 안된다.

다만 정부가 언젠가는 꼭해야할 일만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

고비용-저효율의 상당부분이 낙후된 SOC투자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금융부문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실채권문제의 해결이다.

부실채권은 왜곡된 금융관행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그 원인이 되고 있다.

<>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우리경제가 오늘과 같은 곤경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조정지연" 또는 "적응부족" 때문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즉 고성장으로부터 저성장으로의 조정지연, 세계화.정보화에의 적응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정이나 적응의 내용은 구조는 물론이고 제도 의식 행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미국 헌법을 그대로 도입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가
운용될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조정의 대상도 경제부문만이 아니다.

경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정치와 교육부문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및 교육제도와 풍토를 유지한채 경제만 잘 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는 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낮은 성장률도 감수해야 하며 이것은 일종의 투자 또는
과거의 방만함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전환기의 고통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동결,
기업의 해고동결, 정부의 물가동결같은 자발적인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