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효부로 변한 불효부"라는 민담이 있다.

옛날 홀로된 이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몹시 구박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꾀를 내어 부인을 불러 앉쳐 놓고 말했다.

"여보, 오늘 장터에서 별일을 다 보았소, 어떤 자가 살이 통통찐 영감을
내다 파는데 엄청난 돈을 받더라구. 아버지도 잘 좀 드시게 해서 장에
내다 팔면 꽤 비싸게 팔수 있을거야"

이 말을 듣고 있던 며느리가 귀가 솔깃해졌다.

며느리는 그 이후로 시아버지 음식에 정성을 쏟아 살을 올릴 궁리만을
했다.

며느리의 이러한 행동이 날과 달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계속되자
시아버지도 며느리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풀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며느리 자랑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그 소문이 퍼져 나가 마침에 며느리 귀에도 들어갔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그동안 못되게 군 일이 후회가 되어 진정으로
효성을 다 하게 되었다.

효도가 강조되고 대가족 제도의 틀을 벗어날수 없었다.

전통사회에서도 며느리가 시부모 모시기를 꺼려했었음을 시사해 주는
민담이다.

그래서 "부모가 열자식은 것느려도 그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모시기는
어렵다"는 속담이 생겨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핵가족이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루게 되면서부터는 맏며느리라할지라도
거의 대부분이 부모를 모시지 않고 독립가구를 이룬다.

그것이 이제 당연한 사회통념으로 정착되어 버렸다.

시부모 또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한 며느리와 함께 사는 것을 기피하는게
일반 속세가 되었다.

옛날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여성의 경제활동과 가족복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업주부보다 취업주부가 부모를 모시고 사는 비율이
높다.

언뜻 보면 고무적인 통계 같지만 그것이 실은 효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손자 돌보기, 가사일 보조, 집보기 등 직장을 가진 며느리의 부족한
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 그 주된 이유라는 점에서 전통적 가족개념의
실종을 다시금 실감케 된다.

이제 부모는 자식에게 의무만 있을뿐 권리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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