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삼성전기공장 금형개발실 고재규(43) 과장.

그는 금형개발 부문에서 기능인 최고의 명예라는 명장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25년 넘게 이 분야만을 외곬로 고집해온 진정한 기능인이다.

금형개발은 캠코더 오디오 VTR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틀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고정밀도와 신속성을 요하기 때문에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이다.

그래서 기술개발을 조금만 게을리하면 당장 표가 나게 된다.

이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과장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뿐이었다.

지난 70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프레스금형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이분야 명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밤잠안자며 기술을 익혔다.

2~3곳의 중소기업을 거친뒤 82년 5월 삼성전기에 몸 담으면서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그는 금형제품중 하나인 기어의 정밀도를 JIS (일본공업규격) 5등급에서
3등급으로 향상시키고 홈간격도 0.09mm에서 0.04mm로 개선해 불량률을
20%가량 감소시켰다.

또 카세트테이프의 금형을 개발하여 월 3백만원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뒀고 제작기간을 대폭 단축시켰을 뿐아니라 헤드폰 금형과 8mm 캠코더
금형도 국산화했다.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 보답은 따르는 법.

85년 정밀도 경진대회 상공부장관상, 87년 국무총리상, 92년 제안왕,
96년 기술개발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성남기능대학 금형과를 수석졸업한 고과장은 이제 수원공단내
첨단기술센터에서 자신의 금형기술을 강의하며 후배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형 일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납니다.

새로운 금형제품을 밤을 새워 만들어내야 할 때가 있죠. 그때마다
불평하는 후배들에게 일을 오락처럼 즐겁게 하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기술을 익히기 보다 먼저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기능인으로서의 삶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그는 최근의 경제
불황을 타개하는 길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