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서울대 국제지역교수>

최근 우리의 권역별 무역수지 추이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예외없이 주요 선진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매우 커져 지난해에는 4백1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80년대 중반 1백억달러의 흑자를 보였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가
작년에 1백16억달러의 적자로 반전되었고, 일본과의 무역에서도 적자가
날로 증가하여 1백50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선진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자본재와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90년대 들어와 중국 동남아 베트남 동구 등
신흥개도국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소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물량증대에 주력하였다.

그 결과 우리의 개도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2백억달러를 상회하였다.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많은 개도국들이 우리를 뒤쫓고 있음을
감안하면 개도국 시장마저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어느새 개도국시장에서 벌어 선진국시장에서는 잃는 나라로
전락하게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진국진입을 준비함에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무역유형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현상이 초래된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크게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기업들이 손쉽게 이윤을 얻을수 있는 개도국시장 진출을 위해
재원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경쟁이 심한 선진국시장을 소홀히 한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개도국 수출증대를 위한 생산시설 확장에만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며, 이는 자연히 신기술개발 등 다른 부분에서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
제고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둘째는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국산화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때문이다.

선진국과의 무역애서 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수출부진 뿐아니라
수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아직도 우리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본재와 부품의 수입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20여년간 추진해온 국산화정책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우리가 현재 겪고있는 선진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심화될 경우
우리경제는 거시경제의 안정은 물론 산업구조 고도화도 위협받게 되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와같은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우리는 선진국과의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 추진해야
하겠다.

그러나 WTO와 OECD 등 국제 무역규범하에서는 수출보조금이나 수입대체
보조금을 줄수 없다.

또한 소득상승에 따른 소비재수입의 증가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최근 한보철강에 대한 지원과 과소비억제운동이 통상문제로 되고있는
것은 이러한 국제무역환경을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이제 OECD 정회원국이 된 이상 우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선진국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도록 기술과 품질의 획기적인
향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해온 섬유 의류 신발 등의 산업에
있어서도 품질고급화와 자체상표개발 등의 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국제경쟁력을 되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자본재및 부품을
생산하는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요하는 자본재와 부품의 생산을 국내 기업에만 의존하여
국산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금까지의 국산화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미 경험한바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모델을 따라 우리도 "국제투자청(가칭)"을 신설하여
외국의 유수한 첨단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금년에 타결될 OECD의 다자간 투자협정(MAI)에 정식으로 가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외공신력을 높이고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나가야 하겠다.

동아시아 주요 국가중에서 한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장 적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에 있어서도 우리가 필요한 자본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외국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값싼 임금 등 여러가지 투자유인을 따라 해외투자가 이루어지겠으나
첨단기술과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한 우리기업들의 전략적 해외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우리경제의
발전에 효율적으로 기여할수 있도록 보다 신축적인 제도와 여건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당분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생산요소까지도 국경을 넘나드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구기술개발 규제개혁 구조조정 등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
바탕을 둔 경쟁력향상 노력외에는 다른 어떤 대안도 있을수 없다는
것을 정부와 기업이 다같이 명심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