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경험을 인식하는 창문이며 우리인생의 감정과 의미, 그리고
가치들이 반영되는 거울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의 시간에 대한 가장 위험한 특성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자연과
떨어져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자기자신의 리듬을 알고 그 다음에
우주의 리듬을 느끼고 사회의 리듬, 주위사람들의 리듬, 우리가 하는
여러 일들의 리듬을 파악해서 그것들과 자신의 리듬을 맞추라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시간이동 (Time Shifting)"이라는 책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늘릴수는 없지만 시간을 창조할수는
있다고 한다.

현재의 순간만을 생각하고 골몰하라는 충고이다.

공연히 과거와 미래까지도 싸잡아서 현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면 시간의
낭비라는 지적이다.

사실 현대인들의 생활은 "바쁘다"는 환상이 지배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컴퓨터의 도움 없이도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아주 먼거리의 여행을 했다.

리듬에 맞춰 현재에 몰입하면 누구나 엄청난 일을 할수 있다는 예증이
아닐수 없다.

서머타임의 부활문제가 최근 논란되고 있다.

주로 에너지절약차원과 여가시간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18세기후반 벤저민 프랭클린에 의해 제창되었으나 흐지부지됐다가
1차대전중에 유럽 여러나라에서 시행되어 시작한 것을 보면 에너지절약과
생산성향상과 연관된다고도 볼수 있다.

서머타임은 일종의 시간이동이며 생활리듬과 관련되어 있다.

여름철에 낮길이가 길다는 것은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진다는 얘기와
같다.

서머타임은 이런 자연리듬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회적리듬, 즉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어 몇시에 출근, 몇시에
퇴근이라는 관행화된 행동패턴에선 혼란이 초래될수 있다.

더구나 일본 중국 등 인접국가와 1일생활권처럼 된 국제화시대에선
공동보조가 공동체의 리듬으로서 필수적이다.

또한 사람들이 가장 기운넘치게 활동하는 시간이 아침활동형인가
오후활동형인가 하는 사회적 고찰도 필요하다.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