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은 담배를 피우고 싶다.

마리화나같으면 더욱 좋겠다.

그녀는 어젯밤에 오래간만에 대마초를 피웠기 때문에 또다시 습관성
흡입을 원하게 된 것이다.

거의 두달 이상을 금단현상과 싸우면서 죽는것 같은 고생을 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병원에 들어오면 일년쯤 걸려요. 그래야 깨끗이 치료가 됩니다"

그녀는 푸른 눈의 닥터 조슈아의 매서운 눈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현기증과 이상한 환청에 시달린다.

러브호텔의 복도에 앉아서 무슨 해괴한 현상인가? 한국 신사들은
약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도망치지 않던가?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서라도
이 무서운 환청에서 벗어나고 싶다.

섹스로 금단을 다스려볼 수도 있을 것같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인가?
이때 웨이터가 돌아왔다.

"저, 사장님께서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다른 날로 약속을
해주셨으면 해요"

이때 웨이터가 차고 있는 삐삐가 울린다.

웨이터는 "실례"라는 말도 없이 뛰어간다.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여자라면 흥미가 없다는 것일까? 하긴 룸에서
나오면서 곧장 다른 남자의 데이트신청에 응하는 여자라면 대단히
멍청하거나 돈이 몹시 필요한 궁한 계집애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심한 환청에 시달리고 있는 제인은 멍청한채 웨이터가
돌아올 때까지 미국병원에서 시달리고 있을 때의 끔찍스러운 환시와
환청에 정신이 몽롱하다.

온 몸이 떨려오며 갑자기 극기력이 없어진다.

아직 귀국후에 이렇듯 심한 금단현상에 시달린 적은 없다.

허약한 그녀는 초이와의 러브메이킹으로 컨디션이 아주 나빠져 있는가
보다.

"아가씨, 사장님이요 삐삐번호 주고 가시래는데요"

"아 네.... 그런데 저는요, 내일이면 한국에 없어요. 요기 압구정동에
없어요"

그녀는 사실대로 말한다.

병원에 들어가면 세월이 없는 것이다.

지금 그녀는 웨이터와 이야기를 하면서 비단을 찢는것 같이 날카롭게
울어대는 딸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환청의 무서운 경험이 되살아난다.

그녀의 영혼과 몸은 자기를 제어할 능력을 순간 상실한 것이다.

"메어리 울지말아. 곧 갈게..."

그러면서 제인은 멍청한 눈으로 웨이터를 바라본다.

"삐삐번호를 주고 가시지요"

뭔가 이상하게 불길해진 웨이터는 그녀를 정신이상자인가 오해한다.

"서울에 없는데 그게 왜 필요하지요? 나는 압구정동을 내일 떠난대두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