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력차종 및 주력해외시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가격인하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한국자동차업계가 내수부진 등으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틈을 타
일본메이커들이 경쟁상대인 한국차의 수출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은 최근들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업체들의 주력차종인 소형차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일본 업체들의 소형차 가격 인하폭은 높게는 대당 3천달러를 넘고 있는
데다 리스의 경우 보조금지급으로 일부 차종은 국산차보다 싸게 공급되기
시작해 국산차의 최대 무기인 가격경쟁력이 완전히 상실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본 업체들은 그동안 엔저효과에 힘입어 중형급이상의 차종값을 인하하긴
했으나 미국이나 유럽과의 무역전쟁을 우려해 물량을 늘리지 않던 소형차의
가격을 이처럼 큰폭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현대 아반떼, 기아 세피아와의
경쟁차종인 "알티마"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당 3천1백달러로 높였다.

이 인센티브는 딜러에게 제공되는 것이지만 대부분 고객에게 차값을
깎아주는 여분으로 활용돼 실질적으로 차량 가격 인하효과를 내게 된다.

닛산은 또 리스판매를 확대하면서 보조금 지원을 늘려 가격이 1만5천2백
69달러인 "센트라"를 고객이 월 1백92달러만 내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차종인 현대의 아반떼는 가격이 1만2천3백14달러에 불과하나 리스
월불입금은 2백52달러로 센트라에 비해 60달러나 많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닛산이 국산 준중형차의 경쟁차종인 "프리메라" 가격을
4백55마르크 인하했다.

도요타는 준중형급인 "코롤라"의 패키지 옵션(에어백 ABS 등)을 1천5백30
마르크에 제공,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3천5백마르크를 깎아주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미쓰비시자동차가 엑센트 경쟁차인 "콜트"의 재런칭
비용으로 대리점에 무려 2백30만달러를 지원했다.

영국에서는 마쓰다가 아반떼 경쟁차종인 "323" 고객에게 보험료를 지급해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혼다가 소형저가차 "시티" 가격을 9백달러 인하한데다
무이자할부도 단행, 국산차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일본의 저가공세에 대응해 수출가격을 내리거나 인센티브를
늘려주고는 있으나 일본의 가격인하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수치상 늘고는 있으나 일본의 저가공세로 해외
악성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내수부진에 수출여건도 악화돼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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