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소수주주들이 한보그룹에 대한 거액부실대출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이달안에 주주대표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번 소송은 개정된 증권거래법이 이달 1일부터 발효된뒤 제기된
첫 주주대표소송인데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경영진을 상대로 손실보전
청구소송을 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위해서는 주주대표소송제도와
같은 소수주주의 권익보호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게다가 국내시중은행처럼 대주주의 경영권행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경우에는 주주대표소송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촉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만 과거 총회꾼의 발호에서 보듯이 주주대표소송제도 남용되면 오히려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해치고 제도도입의 취지가 퇴색하기 쉬움으로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것과 대표소송과 같은 법적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두가지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개정된 증권거래법에서는 상장당시의 대주주가 아니라도 10%이상의
지분취득이 가능하도록 2백조를 폐지했으며 주주대표소송의 제기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즉 과거에는 5%이상의 지분을 가진 경우에 한해 소액주주권을 행사할수
있었지만 이제는 1%(자본금이 1천억원이상이면 0.5%)이상의 지분을
6개월이상 보유한 경우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 손실보전소송을 제기할수
있게 됐다.

다만 피해보상이 기업에 귀속되는 대표소송과는 달리 주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집단소송제도는 우리의 민사소송절차에 맞지 않는 점이 있어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94년11월에는 부도난 한국광관의 소액투자자 16명이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부실감사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바 있으며 의약품이나 식품의 소비자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집단소송허용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게다가 은행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감독원이 시행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보사태에서 보듯이 별로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제일은행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은 주주들이 직접 경영감시에
나섰다는 의의도 크다.

다만 무분별한 M&A의 부작용을 막고 M&A추진과정을 투명하게 하기위해
각종 제한규정을 뒀듯이 주주대표소송의 남용방지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위해 개정 증권거래법은 소수주주의 피해 또는 피해우려를 주장하는
자는 대표소송제기때 소명자료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범위및 보상한도,절차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발생할수
있다.

또한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지연되는 까닭을 수용여건이 미비돼있기
때문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

아뭏든 이번 주주대표소송제기가 소수주주의 권익보호와 책임경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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