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차별적인 대한 통상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상대국 시장의 무역장벽을 분석한
연례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이 최근 한-미 자동차협정 양해록의 수정을
요구하고 심지어 민간차원의 소비절약 캠페인까지 문제삼는 등 통상압력의
고삐를 죄오고 있는데 대한 "맞불작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한-미 통상
마찰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정부가 말로만 되풀이해온 "공세적 통상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잘 알려진대로 미국 유럽연합(EU)일본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들은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무역장벽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정부차원에서 작성,
상대국들에 대한 통상압력 등에 활용해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해외에서 폐쇄적 시장관행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업계 공동대응이나 민-관연계 대응노력이 부족해 무역환경
개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발상을 바꾸어 외국의 무역장벽을 종합적으로 분석,
민-관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작성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만들어봐야 득될게 없다"는 회의론에 밀려 흐지부지되곤
했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도 이젠 열릴만큼 열렸고 연간 수출입규모가 2천8백억
달러가 넘는 주요 무역국이 된 마당에 무역장벽보고서를 낸다고 하여
하등 이상할게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선진국에서 발표된 무역장벽보고서에 대해 해명이나
하는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통상문제에 공세적 입장을 취할수 있는
근거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무역장벽보고서는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달초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만 보더라도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을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한국이 한-미 자동차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억지주장을 펴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응할
적절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무역장벽보고서를 낸다면 이같은 터무니없는 일방적 주장을
상쇄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또 무역장벽보고서를 만들면 우리기업들도 외국기업들처럼 외국의 각종
불공정관행과 시장폐쇄적 조치 등에 대해 우리정부에 호소하거나 문제제기를
할수 있는 창구가 생겨 업계의 숨통을 터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보고서 작성및 발표에는 몇가지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사는 정부주도로 하되 보고서를 발표하는 주체는 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민간기구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보고서작성 대상국을 캐나다나 EU가 하는 것처럼 몇몇 주요교역국에
국한시키고 상황을 봐가며 점차 이를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상국을 처음부터 지나치게 많이 잡을 경우 실속도 없이 각국으로부터
반발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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