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산업의 구조가 바뀐다.

대기업이 여성복사업을 포기하는가 하면 대량생산 위주의 내셔널브랜드가
줄어들고 디자인을 내세운 중소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시장개방에 따라 수입의류가 폭증하면서 국내 패션산업도
디자인에 승부를 거는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경의 "메르꼴레디 꼴레지오네" 생산 중단과 삼성물산의 여성복사업 포기
는 내셔널브랜드 사양화와 대기업 패션사업 구조전환의 대표적 예.

반면 태승트레이딩 ''닉스'' 지브이 ''베이직진'' ''GV2'' 대하 ''96 NY''
보성어패럴 ''YAH'' 등 개성있는 중소기업 브랜드의 급성장은 한국패션의
구조가 디자인 중심의 이탈리아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일경이 한동안 브랜드 육성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메르꼴레디 꼴레지오네''
에서 도중하차하는 것은 대량생산 위주의 내셔널브랜드가 이제 한계에 도달
했음을 나타낸다.

메르꼴레디 생산중단에 대해 일경이 내세운 이유는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승산이 희박하다"는 것.

일경은 미국 캐주얼"게스" "폴로 랠프 로렌" 라이선스 생산으로 유명한
업체.

따라서 업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의 중견브랜드도 해외라이선스제품보다
매력없는 투자대상으로 여겨진 때문"으로 파악한다.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은 여성복 브랜드를 줄이는 끝에 아예 여성복사업을
제일모직으로 이관했다.

"같은 업종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자체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성의류 영업이 얼마나 어려운 분야인지를 잘 드러낸 사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단 시설 품질관리의 3박자만 갖추면 가능한 남성복과 달리 여성복
사업은 대량생산이 어렵고 유행에 따른 빠른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기업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 패션계의 설명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모두 96년 여성복사업에서 적자를 냈으며 제일모직의
96년 총매출 9천8백억원중 여성복은 3백50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내셔널브랜드의 페이드아웃현상은 무엇보다 수입의류의 증가 때문.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90년이후 의류수출은 연평균 9.1% 줄어든 반면
수입은 연평균 49.0% 늘었다(97년1월발표).

96년 현재 20조3천억원규모의 의류시장에서 수입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브랜드는 직수입 4백5개 라이선스 2백30개로 총6백35개다.

96년 국내시장에 진입한 해외브랜드는 1백70개로 전체 신규브랜드의
70%에 달한다.

96년에 특히 홍콩 일본의 중저가 브랜드까지 가세, 내셔널브랜드의 영역을
줄였다.

"지오다노" "보시니" "U2" "에스프리" "제시카"는 홍콩, 대현
"나이스클랍" 화림 "오조크"는 일본산이다.

대현 "나이스클랍"은 런칭 이듬해인 96년 4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의 직수입 또한 증가일로로 코오롱패션 "아이작 미즈라히"
"프란체스코 스말토" 쌍방울 "준코 고시노" 두산 "제이크루"의 도입발표가
모두 96년 10월~97년2월에 이뤄졌다.

그러나 내셔널브랜드의 하향화와 대기업의 해외브랜드 수입붐에도
불구하고 ''오브제(대표 강진영)와 ''닉스'' 등은 디자인과 개성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게 성공을 거뒀다.

독특한 브랜드 컨셉트, 좋은 인력, 빠른 감각을 조화시키면 한국패션의
미래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조정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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