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 <한국산업연 워싱턴지원장>

미국이 떠 오르고 있다.

한때 일본등에 밀리며 2류산업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사이에 제기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B)의 1197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연속 3년간 1위를 차지하여 미국국가경쟁력의 견실함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누증하고 산업이 공동화되는
가운데 일본기업이 미국을 휩쓸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우리가 95년이래 순위가 7위나 밀려 46개국중 31에 랭크된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일이다.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한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요인들이 있겠으나 먼저 민간기업이 정보기술을 광범위하게 응용하여
경영혁신을 이룬 것을 손꼽지 않을수 없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경영혁신은 첫째 생산현장과 소비자를 바로 컴퓨터로
연결하여 고객을 만족시키는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둘째
최고경영층과 현장직원을 바로 연결, 중간관리층을 대폭 줄이고 불필요한
기능과 기구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업무생산을 배가시킨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원가절감과 고객만족이라는 경영혁신을 이룬 것이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노사관계구축도 경쟁력회복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의 하나이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값싼 노동집약상품이
중국등 해외로부터 수입공급됨에 따라 미숙련노동자의 경쟁력이 상실되자
노조는 자구책으로 경영에 협조하여 임금인상요구를 자제하여 지난 10여년간
사실상 실질임금이 동결되었었다.

경영측에서도 노조의 협조에 상응하여 의사결정과정에서 노동자 및
현장직원의 실질적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숙련기술
노동자의 양성을 위해 인적투자를 아끼지 않는등 신뢰관계를 구축하였다.

한편 이러한 민간기업의 노력에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쟁력회복을 위한 정부의 민간기업지원은 우선 안정적인 거시환경을
조성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비용상승요인을 줄이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경쟁력의 암적 요인이었던 재정적자를 1991년 2천9백억달러에서
1995년 1천640억달러로 줄임으로써 이자율을 하향안정화하여 기업의
투자비용을 절감시키는데 기여한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 과감한 교육 및 과학기술투자정책으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였다는 점이다.

국가정보고속도로등 정보인프라를 구축,기업 및 학계로 하여금 폭발적
정보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정보화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숙련기술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하여 고교졸업생전원이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경쟁력의 원천이 타선진국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정보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이라는 점에서 볼때 정부의 이부문에서의 역할은
참으로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셋째 1만6천쪽에 달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3만1천쪽의 규제를 간소화함
으로써 민간으로 하여금 자유롭고 경쟁적인 기업활동을 할수있도록
보장하였다.

특히 노동 금융등 생산요소시장에서의 탄력성을 회복하여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미국경쟁력의 꽃이라할수 있는
모험기업의 창출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였다.

넷째 정부자체도 클린턴행정부1기에 24만명에 달하는 연방정부인력을
감축하여 작은 정부실현에 앞장서고 정부내 경쟁체제를 적극 도입하여
민간기업수준의 고객만족 정부서비스를 실현하였다.

이와같은 미국정부와 민간의 경쟁력회복을 위한 공동노력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은 결론적으로 정보화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진입함으로써 오늘의
세계경제 1위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한편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컴퓨터등 정보기술이 도입되어도 업무생산성으로 연결지우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기업경영방식,구조조정이 불가능하도록 경직화되어 있는
생산요소시장, 과다한 규제와 비대한 정부등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볼때
우리의 경쟁력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쉽게 찾아볼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보다도 35%의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자본집약적
산업체제로 말미암아 대규모 자본투자수요가 발생, 만성적 적자구조와
고금리체제를 면치못하는 우리의 산업구조가 정보화시대 진입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쟁력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우리의 중화학산업은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거대한 물적자본투자를 요하는 중화학은 인적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정보화시대에는 더이상 고부가가치산업도 아니며 중화학
산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기업체제는 정보화시대 혁신을 주도하는
모험기업의 생성여건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독과점적 공급자경제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경제가 고통을 받고 있는 고물가-저효율구조의 주원인이 되고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정보화시대로 이행하기위한 산업구조개편만이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향상시킬수 있는 해결책이 될수 있다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