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10% 내외를 맴돌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펼쳐 온
에너지 절약시책이 사회적으로 크게 호응을 받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달라진 만큼 절약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소모적인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절약정신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고가격 정책"은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실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에너지 사용실태를 나타내주는 "에너지 효율성"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동일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일본 보다 더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로 부터 우리는 그동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해왔다.

그결과 에너지 가격을 높게 유지함으로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보자"라는
예측 가능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에 넣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비효율적 에너지 사용은 우리가 생산해내는 제품이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국제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라 에너지 투입은 지속적으로 늘려 왔지만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노력에는 게을리해온 결과이다.

그동안 적은 양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최대한 많은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
즉 효율성을 제일의 과제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국제시장에서 박리다매의 마케팅 전략으로
고속성장을 했던 때는 유효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력과 개도국의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따라서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되 고부가가치의 제품, 국제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 다시말해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 즉 효과성의
측면이 고려해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높은 가격의 고부가 가치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질수 있다면 이것은 우리나라 장래에 보다더 의미있는
에너지 절감방법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