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의 날개를 단 기업들.

한솔그룹 신호그룹 거평그룹이 그 대표주자다.

짧은 기간에 이미 재계 30대그룹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거평은 28위, 신호는 30위로 약진, 30대그룹으로 신규 편입됐으며
한솔은 지난해보다 6계단이나 뛰어오른 16위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라면 오너들이 M&A에 밝거나 자금력이 든든하다는
것.

쾌속질주하는 이들 기업의 성장과정을 짚어본다.

M&A를 통해 급속히 몸집을 부풀린 그룹은 역시 한솔그룹.

92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5년만에 재계 랭킹 1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금융 제지 정보통신부문을 강화,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한솔이 금융 제지부문에서 본격적인 M&A활동을 펼친 것은 94년부터.

94년2월 동창제지(현 한솔판지)를 사들여 제지부문을 강화했고 5월에는
대아상호신용금고(현 한솔금고), 11월 동해종합금융(현 한솔종금)을 공개
매수했다.

이어 12월에는 동서창업투자(현 한솔창업투자)를 인수했다.

소매금융 도매금융 벤처캐피털의 3박자를 골고루 갖추게 된 것이다.

95년과 96년에는 정보통신부문을 강화했다.

95년 한국마벨(현 한솔전자) 한화통신(한솔전자와 합병) 옥소리 광림전자
(현 한솔텔레컴)를 속속 인수했다.

96년 들어서는 PCS솔루션을 사들였다.

한솔그룹이 막강한 M&A능력을 보인 것은 모그룹인 한솔제지의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형우 한솔제지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인들의 기업인수합병에
대한 남다른 안목도 주목할만하다.

거평그룹의 M&A실적도 화려하다.

91년 운무원식품(현 거평식품)을 시작으로 올해 3월 태평양패션을
인수하기까지 93년 한해만 제외하고 거의 매년 M&A괴력을 발휘했다.

이 기간동안 인수합병한 회사는 모두 16개사.

그룹으로 본격적인 발돋움을 한 시기는 92년 법정관리중인 대동화학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기업인수와 자금조달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대동화학이 보유한 일부 부동산을 팔아 서울시 교육위원회로부터
덕수중학교터를 사들였다.

이 터에 도매센터인 거평프레야를 지었다.

거평프레야 건설 당시 회사채를 발행,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과 거평프레야 분양대금으로 다시 대한중석을 사들였다.

이어 대한중석이 가지고 있던 포철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대한중석을
증자해 또 한번의 M&A자금을 마련했다.

95년에는 포철로부터 포스코켐과 정우화학을 인수했다.

지난해 6월에는 거평프레야 준공에 따른 여유자금으로 새한종금을
인수했다.

거평의 사세확장은 나승렬 회장의 독특한 M&A기법에 기초한 것이다.

입찰장을 뛰어다니며 공개경쟁을 통한 것이 그 첫째요, M&A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유효적절하게 운용하는 능수능란한 재무전략이 두번째다.

신호그룹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인수효과를 거둔 케이스.

적은 비용으로 부실기업을 하나씩 인수, 정상화시켜 이젠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77년 온양팔프(현 신호페이퍼) 82년 삼성특수제지(현 신호제지) 94년
한국강관(현 신호스틸) 97년 환영철강을 인수했다.

모나리자 동양철관 동양섬유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들 인수대상업체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인수부담이 적었던 것.

이와함께 공인회계사인 이순국 회장의 감자를 활용한 자금조달전략도
주효했다.

부실기업을 감자한후 다시 증자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변모시켜 나갔다.

지난 77년 온양팔프(현 신호페이퍼)를 인수, 10만주를 소각한 것이 첫번째
예다.

신호제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삼성특수제지를 인수한후 90%의 주식을 무상소각해 자본금을 10분의
1(8천7백만원)로 줄였다.

신호제지는 감자이후 여러번의 증자로 자본금을 늘렸다.

94년 한국강관(현 신호스틸)을 인수할 때도 이 전략이 구사됐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