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현 < LG경제연 책임컨설턴트 >

새 증권거래법에는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와 관련하여 감사제도의 강화,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구체화, 주주제안제도의 구체화, 주총소집 통지시
회사경영정보 제공 의무화 등에 관한 사항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한 선진국들은 이러한 제도들을 이미 오래전에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수주주들은 권한을 강도 높게, 그리고 다양하게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1천5백여 기업들중 44%가 소수주주들의
강도 높고 다양한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소수주주들에 의한 대표소송사례가 늘고 있고 또 주주제안 건수도
두배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중 대표소송은 경영진으로 하여금 주주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견제하는 대표적 장치이다.

대표소송과 관련된 많은 사례들 가운데 일본의 다이세이건설과 영국의
사치 앤 사치사의 사례는 소수주주의 권한 강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소수주주들의 피해가 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 93년10월에 상법을 개정, 소수주주 소송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소송비용을 정액화시켜 소수주주들이 큰 경제적 부담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상법이 개정된 9개월 쯤 후인 94년7월 대형 종합건설업체인
다이세이건설의 전회장은 감사에게 회장 부사장 상담역 등 5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

만일 감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본인이 소수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을 밝혔다.

전회장이 요구한 배상청구금액은 17억8천만엔에 상당하는 액수였다.

대표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건설공사 부정 등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켜
"임원으로서 충실해야할 의무를 위반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청구대상을 5명으로 압축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정한 자금유용을 아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구 배상금액은 부정사건의 영향으로 수주가 불가능해진 공사금액에
건설업계 평균이익률 3%를 곱해서 산출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3건의 부정사건으로 관공서 및 공익사업으로부터 수주
참여 정지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수주할 수 없게 된 공공 토목공사가 1백7건으로 약5백90억엔
정도에 이르렀다.

이 금액의 3%가 17억8천만엔이라는 계산이다.

일본이 소수주주 대표소송 절차를 개정한 것은 경영자들이 주주의 존재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손해배상 청구액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쪽의 부담이 컸다.

따라서 소수주주 대표소송제가 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정법에서는 소수주주 대표소송 수수료 요금체계를 8천2백엔으로
단일화하여 부담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따라 임원이 부정한 행위와 업무태만으로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주가
판단할 경우 우선 감사에게 그 임원을 제소할 것을 요구하고 감사가 그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직접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사치 앤 사치사의 사례는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세계적인
광고회사의 회장이 해임을 요구당한 사건이다.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영국의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사치 앤 사치의
회장의 퇴임을 요구했고 장시간 개최된 주총에서 주주의 30%를 대표하는
미국의 기관투자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회장이 주주의 해임요구를 받게 된 주요 원인은 간단하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9년동안 재무구조는 점점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광고수익의 상당부분이 금융비용으로 지출됨으로써 결국 소수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소수주주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려한 생활이 유명잡지에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급여 등 보상 패키지에 주주들의 불만이 팽배하게
되었다.

결국 주주이익의 극대화 측면에서 경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주주들로 부터 요구받게 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소수주주들의 자기 권한 찾기가 활발하다.

그래서 경영자들도 투명한 경영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것 같다.

상법개정시 소송 남발가능성을 우려했던 일본의 경제동우회도 이제는
소수주주대표소송이 경영진의 배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견제장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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