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스(CITES)가 뭐요"

불법 웅담거래를 이유로 한국산 전자제품 대미수출 규제를 청원한 미국
환경단체의 움직임에 대한 취재과정에서 나온 물음이다.

야생동물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인 CITES가 뭐냐고 묻는 모부처 관계자의
"무지"에 국제환경단체 한국대표인 모씨는 한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사자가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관련 정부부처의 고위관리였기에 놀라움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정도는 "약과"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의 많은 공무원가운데 오로지 CITES만을 전담하고
있는 인력은 한 명도 없다.

우리나라가 지난 93년 가입한 CITES와 관련한 업무는 현재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과 경찰 세관 등에 분산돼 있다.

그러나 단속주체인 대검은 조약가입직후 웅담등의 불법거래에 대한 전국
단속을 단 한 차례 실시했을 뿐이다.

세관은 세관대로 다른 약과 섞어 웅담을 들여오는 관광객까지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비해 인구 6백만명의 홍콩에는 CITES관련정책을 다루는 전담조직이
있고 전담인력만 28명이다.

인구 4천5백만명에 보신관광객의 산실인 한국에는 전담인력이 편성돼있지
않다.

밀렵한 곰에서 쓸개만 채취한 후 사라지는 한국인.

최근에는 한국인들의 야생동물밀렵장소가 동남아에서 남미 알래스카
북유럽으로까지 세계화되면서 세계환경단체들로부터 한국이 "곰학살국"
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코리아가 만든 "현다이"자동차 "삼숭"전자레인지 LG컬러TV의 국제 이미지는
어떨까 걱정이다.

그들은 한국제품에 야생동물학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생각할 것 같다.

보신관광은 이제 외국땅 한복판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수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부관계자는 사이테스가 뭐냐고 묻고 있는 실정이다.

< 김정아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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