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의 거포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화살처럼 뚫고 돌진한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로 펑 솟아오른다.

그 순간 그녀는 마약만이 자기를 높이 띄워 환상적 낙원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한다.

제인은 오래간만에 빌리에게서 느꼈던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녀는 거의 숨이 넘어갈 듯한 쾌락속에서 신음을 내뱉는다.

초이는 여자를 즐겁게 미치게 해주는 것도 당하는 것 만큼 굉장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상대방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 행복하게 당하기만 하던 그의 섹스
교본에 다른 한페이지의 지식으로 기록이 된다.

정신을 잃게 해준다는 것의 소중함을 처음으로 체험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하게 될거야, 초이"

제인은 그의 목을 꽉 껴안으며 온 몸을 뱀처럼 둥글게 틀어올린다.

그 순간 초이도 죽을 힘을 다해 그녀를 미치게 하기 위해 자기의 젖먹던
힘을 퍼부으며 신음한다.

그리고 그녀의 몸속 깊이 자기의 정수를 뿜어낸다.

"나도 너를 사랑해. 이제 나는 너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겠어"

그는 열댓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나보다.

와이프에게도 그는 목숨을 바치겠다는 맹세를 자주 한다.

미련하고 성적인 욕망에 사냥개같이 목숨을 걸 수 있는 야만적인 남자다.

제인은 그가 목숨을 바치겠다는 말에 갑자기 웃음이 쿡쿡 난다.

"지금 내 앞에서 죽어봐요"

그녀는 장난기가 동해서 그의 목을 끌어안고 뒹굴면서 농을 한다.

성애의 끝은 언제나 허망의 깊은 늪이다.

제인은 허무의 쾌락을 즐기고 싶다.

"내가 만약 병원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거에요?"

"병원에는 왜, 이렇게 건강한데?"

그는 진정 겁이 난다.

병든 여자인가? 박미자는? "어디가 아픈데"

그러고 보니 어디가 아픈 것도 같다.

너무 날씬하고 힘이 없다.

너무나 고상하고 창백하다.

너무 우울해 보이고 허망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말이야, 미자같은 외모인데 그런 여자들은 잘
앓더라. 내 첫사랑도 그렇게 허약했는데, 빨리 죽었어. 그래서 나는
미국으로 갔구"

"나같은 타입은 섹스가 형편 없다면서요?"

그녀는 솔직하게 자기의 불감을 고백한다.

"나는 불행한 놈이야. 미자같은 외모를 가진 요부를 원하거든. 그러니까
불행한 놈이지. 그렇지?"

"그래요. 니글니글하게 생긴 여자는 싫다는 거죠? 그렇죠?"

제인은 그러한 남자들을 가끔 겪었다.

자기 아버지도 요부같은 여자를 좋아하면서 자기 어머니인 백합꽃과
결혼했다.

불이 아니라 물과 결혼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