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한결 푸근하고 편안하다.

서울에 살다 고향가면 편안하고 기분좋은 것처럼..

그러나 입국심사대에서 벌어지는 꼴불견을 보면 이런 기분도 잠시뿐이다.

제복입은 것으로 보아서 필시 공무원 신분인듯한 사람이 입국자들가운데
누군가를 큰 소리로 호명하며 애타게(?)찾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피곤한 몸을 지탱하고 길게 늘어서서 기다리는 많은 입국자 가운데
호명받은 사람은 재빨리 별도의 심사대를 통하여 빠져나가지만 누구
한 사람 항의하는 모습이 안보인다.

으례 그러러니 하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왜 이런 일이 자주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여러나라 공항을 이용해보았지만 이런 현상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더구나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그들이
내막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하다.

필시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미루어 생각할 것이다.

일반인과 다른 특별 예우를 해야할 사람 같으면 애시당초 VIP룸을
이용토록 하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다른 입국자들의 눈을 의식하고 그들이 몸도 지쳐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안되는 이와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입국심사대의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기때문이기도 하다.

외국 공항은 내국인 입국심사대가 많아 자국민에 대한 입국심사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 외국인들의 부러움을 산다.

우리는 거꾸로다.

외국인들의 심사는 신속한 반면 내국인은 그 수가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것은 자국민 우선이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김포공항과 외국 공항에서 느끼는 이와같은 차이는 곧 자존심의
차이같아 기분도 석연찮다.

좋게 생각하면 손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독 우리만
그러는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홀대하는 듯한데 어느 외국인이
우리를 인정해줄까 싶기도 하고,이런 불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편법을
써서라도 빨리 입국하려는 얌체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포공항은 대한민국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의 우리 모습을 아름답고 부끄럼 없이 가꾸려는 노력도
작은 애국이 아닐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