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어느 신문을 보거나 벤쳐기업이나 벤쳐캐피탈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매일 실리고 있다.

지금처럼 벤쳐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경제난국을 해결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달성하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에 정부와 여론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벤쳐기업육성은 선진각국이 산업성숙화로 인한 구조적 정체에서 탈피하기
우하여 추구하고 있는 세계적 조류로 미국의 경제활력과 산업경쟁력 회복이
벤쳐산업활성화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향후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는 노동과 자본에서 기술과 지식으로
기차창출원천의 이동이 가속화 되고 소비자 욕구가 다양화, 개성활
될 것으로 전망되어 중소기업, 특히 벤쳐기업의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비용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산업구조를 고효율,고부가가치구조로 전환하여야 하고 이에 벤쳐기업의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다.

통계에 의하면 벤쳐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최근 대기업의
고용증가율은 감소했으나 벤쳐기업의 경우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벤쳐기업의 고용은 경제활성화에 미치는 효과에 있어 일반 기업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벤쳐기업은 대부분 산업연관효과가 매우 큰 첨단업종일 뿐 아니라
성장속도도 빠르고 스톡옵션제 등으로 일에 임하는 자세가 일반 기업의
피고용자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에인절제도, 3부시장, 벤쳐산업특별법 등 하루가 멀다하고 벤쳐산업
육성책이 나오고 있다.

벤쳐업계의 일원으로서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벤쳐산업의 필요성과 총론 성격의 육성방안에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우선순위가 다르고 손발이 맞지 않아
벤쳐산업 육성책이 걷돌고 있는 느낌이다.

벤쳐캐피탈을 벤쳐산업의 일부로 보기보다는 벤쳐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나 코스닥 활성화를 외친 지가 엇그제인데 지금은
3부시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일전에 실리콘밸리, 보스톤 루트 128, 홍콩 등 선진 벤쳐산업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 느낀 것은 벤쳐산업이라는 것은 철저히 자기 위험을 지면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이었다.

일년에도 수백개의 벤쳐기업이 나스닥에서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고
이들 벤쳐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쳐캐피탈은 보다 전망있는 사업을
부단히 찾는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의 벤쳐산업은 정부의 여러 가지 활성화 정책과 풍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금융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벤쳐산업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창업투자회사를 맡게
되어 고민하던 필자는 이들 선진 벤쳐산업은 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할
때 가장 효율이 높게 되며 벤쳐캐피탈도 자본주의의 원리에 입각할
때 가장 효율이 높게 되며 벤쳐캐피탈도 자본주의의 본질이 구현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회사운영의 방침을 정하니까 첨단 성장산업, 그중에서도
투자자들간의 경쟁이 심한 성장기내지 공개지전 기업보다는 초기단계의
기업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투자전략이 수립되었다.

또한 회사의 투자이익을 기여도에 따라 임직원에게 나누게 되는
스톡옵션제도 자연스럽게 도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벤쳐산업정책도 자본주의 본질론적으로 접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벤쳐캐피탈에 대한 투자의무비율,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등 지금까지의
정책은 "이것은 해라, 이것은 하지마라"식의 너무나 많은 규제가 있었다.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고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하여
자금이 움직일 때 자원의 효율이 극대화 될 것이다.

물론 규제의 이면에는 충분한 논리의 정책목표도 있었고 많은 지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오늘날의 벤처산업은 이러한 정부의 개입에 의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원리에 입각하여 시장원리가 충실히 적용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효과적인 정책은 없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많은 일본의 벤처산업은 침체되어 있는 반면, 정부의
개입이 거의 없는 미국과 홍콩의 벤처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요즈음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벤처산업관련 새로운 정책은 규제완화의
차원을 넘어 정부주도에서 시장원리,경쟁원리에 맡기는 방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규제가 필요했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일부 벤처캐피탈이 국내와 해외의 금리차이를 노리고 핫머니성
자금을 들여온 선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는 면허박탈 등으로 엄하게 다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몇몇 회사의 악용사례 때문에 활성화를 역행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공개된 벤처기업의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공개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격에 거품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벤처캐피탈은 자연히 위험이 많더라도 그동안 정부가
유도하던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부의 규제와 지원의 틀 안에서 특별한 경쟁없이 지내온
벤처캐피탈업계도 향후에는 미국과 같이 투자한 회사의 가치창출에 노력해야
살아남게 되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이 자신들의 성과를 일반투자가들에게 마음껏
자랑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벤처산업의 경연장으로서의 자본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의 벤처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나스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있는 엔지니어가 연구원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하나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벤처기업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이들에게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탈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도 성공시 몇백배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본시장인 나스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나스닥을 모델로 한 코스닥이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배려는 거래소시장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장기투자의 속성상 벤처자금으로 가장 적합한 연기금이 내부규정에
묶여 코스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투신사의 외국인의 참여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스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은 코스닥을 미국의 나스닥과
같이 거래소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자본시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거래소시장의 전단계시장을 인식하는 고정관념이다.

이러한 인식하에서는 벤처기업을 위한 3부시장 정도의 발상을 벗어날
수 없으며 거래소시장을 뛰어넘는 정책입안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기관투자가및 외국인의 코스닥 참여 허용, 코스닥 등록시 30% 지분분산
의무화, 신주 공모 허용, 코스닥 공모주청약상품신설 등 현재 거래소
시장에 적용하고 있는 제도만 코스닥에 적용해도 코스닥은 거래소시장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