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길 < 한국수자원공사 금강 섬진강 사업본부장 >

지난 3월22일은 유엔이 제정한 제5회 "물의 날"이었다.

언론에서는 특집기사를 통해 물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었다.

눈앞에 다가온 21세기에는 수질과 수량면에서 물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우리가 하루 빨리 대책을 세우고 물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제 사회적을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중.소규모 댐 건설및 광역상수도 시설의 확충을 주요
골자로 한 물관리 종합대책을 세우고, 수질개선기획단 발족, 상수원 수질개선
특별법 제정 등 물의 위기에 대비한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1년에도 현재의 용수예비율 7%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3억톤의 새로운
수자원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30~40개의 댐과 40여개의 광역상수도
시설을 건설해야 하나 여기에는 약 2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리적 여건상으로 대규모의 댐을 건설할수 있는 지역이 거의 없는
데다 보상비 급증으로 인한 건설비용의 상승, 지역주민의 반대와 상하류
지역간 수리권 분쟁으로 인한 민원발생 등 댐 건설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얼마전 보도에 의하면 수도권 지역에서만 19개 시군의 6만여가구가 물이
없어 입주를 못하거나 아파트 신축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공업지역만 해도 공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연간 2조4천억~
4조8천억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물부족으로 인한 국가경제적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고 하겠다.

다목적댐과 광역상수도시설을 건설하는데 5~10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추진
과정에서 여러가지 장애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착공단계에
있는 사업부터라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물의 수요증가에 맞추어 공급능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휘발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분야의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되고
있는데 이는 가격인상이라는 충격요법을 이용해서라도 과도하게 늘어나기만
하는 각종 에너지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의 우리들이 2만~3만달러수준의 선진국민들보다 씀씀이가
크고 생활욕구가 고급화되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과소비의 문제가 물의 낭비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물부족현상으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현재 침체된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맑고 풍부한 물의 확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
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하겠으며, 물도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경제재로서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